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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시계 수리공과 나이트클럽 사장 — 신디사이저 회사가 전부 일본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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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를 둘러보면 이름이 비슷비슷합니다. 롤랜드, 코르그, 야마하. 신디사이저도 건반도 음원 모듈도, 십중팔구 이 셋 중 하나입니다. 신디사이저를 발명한 건 미국인데 말이죠. 무그도 부클라도 ARP도 다 미국 회사였고, 1970년대 초까지는 그쪽이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를 지나면서 판이 뒤집힙니다. 무그가 없어지고 ARP가 없어지고, 남은 자리를 전부 일본 회사가 가져갑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흔히 "일본이 정밀 제조에 강해서"라고 정리되는데, 실제 기록을 따라가 보면 훨씬 구체적인 이유 넷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경쟁사끼리 모여서 책을 두 권 낸 일 입니다. ① 창업자들이 연구소에서 안 나왔다 🔧 먼저 사람부터 봅니다. 롤랜드를 만든 이쿠타로 카케하시 는 1930년생입니다. 두 살에 부모를 결핵으로 잃고 오사카에서 자랐어요. 1946년에 건강 문제로 대학 입학이 좌절되자 규슈로 가서 측량 보조로 먹고삽니다. 그때 열여섯 살짜리가 발견한 게 이겁니다. 전후 일본에는 시계 만드는 산업이 없다. 그러니 있는 시계를 고치는 일은 된다. 시계 수리점에 들어갔는데 7년짜리 도제 과정을 몇 달 만에 배우겠다고 우겨서 쫓겨납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사서 전 고용주 옆에 자기 가게를 엽니다. 그게 잘됩니다. 단파 라디오 청취가 합법화되자 해외 방송을 듣다가 라디오 회로를 익혔고, 고장 난 세트를 뜯어 작동하는 걸 만들면서 수리 품목을 라디오까지 늘립니다. 스무 살에 오사카로 돌아왔다가 양쪽 폐에 결핵이 옵니다. 학비로 모아둔 돈이 치료비로 다 나가고, 병원에서 몇 년을 보내며 직원과 다른 환자들 시계와 라디오를 고쳐주며 버팁니다. 그 와중에 입원 상태로 브라운관을 빌려 TV 수신기를 직접 조립합니다. 일본 첫 시험방송을 보겠다고요. 병세가 말기로 가던 중에 신약 스트렙토마이신 임상 대상자로 뽑혀서 1년 안에 퇴원합니다.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니, 선정되지 않았으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저역은 넓힐수록 사라진다 — 사이드 저역과 모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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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가 헤드폰에서는 멋집니다. 저역이 넓고 두껍고 꽉 차 있어요. 그런데 차에서 틀면 베이스가 반쯤 사라져 있습니다. 카페 스피커에서는 아예 안 들리고, 클럽에서는 킥이 퍼져서 뭉개집니다. 같은 파일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가장 흔한 원인이 하나 있습니다. 저역이 스테레오로 벌어져 있기 때문 입니다. 오늘은 저역을 어디까지 모노로 모을 것인가, 그리고 왜 그게 넓히는 것보다 두껍게 들리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① 저역이 넓어지면 왜 사라지나 🌊 스테레오를 넓히는 방법은 결국 좌우를 다르게 만드는 것 입니다. 좌우가 완전히 같으면 가운데에서 들리고, 차이가 커질수록 넓게 들립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위상 차이 로 만들어지는 경우입니다. 좌우가 서로 어긋난 파형을 갖게 되는 거죠. 스테레오로 들으면 두 귀가 각각 받으니 넓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좌우를 합치는 순간, 어긋난 만큼 서로를 깎아냅니다. 완전히 반대로 뒤집힌 성분은 합쳐지면 0이 됩니다. 그리고 좌우가 합쳐지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 클럽·공연장 서브우퍼 — 저역은 거의 항상 모노로 나갑니다. 서브우퍼가 한 대거나, 여러 대여도 같은 신호를 받습니다 🔹 블루투스 스피커·스마트폰 — 작은 기기는 사실상 모노입니다 🔹 라디오·TV — 방송 체인 어딘가에서 모노로 합쳐집니다 🔹 카페·매장 BGM — 천장 스피커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듣는 위치에 따라 사실상 모노입니다 넓히려던 저역이, 합쳐지는 순간 없어지는 겁니다. 헤드폰에서만 들리는 두께였던 셈이죠. ② 그런데 왜 모노가 더 두껍게 들리나 🧱 여기가 직관과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모노로 좁혔는데 오히려 두꺼워집니다. 이유가 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 — 상쇄가 없어집니다. 좌우가 같아지면 서로 깎아낼 게 없습니다.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요. 넓힌 상태에서 잃고 있던 만큼이 돌아옵니다. 둘 — 사람 귀는 저역의 방향을 잘 못 잡습니다. 방향 감각은 주로 좌우 귀에 도달하는 시간차와 음량차 로 만들...

무엇부터 만질 것인가 — 곡의 중심을 먼저 정하는 믹스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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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를 열었습니다. 트랙이 서른 개쯤 됩니다. 그다음 손이 어디로 가시나요. 보통은 맨 위 트랙입니다. 킥이 1번이면 킥부터, 보컬이 1번이면 보컬부터. 트랙 목록 순서가 그대로 작업 순서가 됩니다. 여기서부터 꼬입니다. 트랙 순서는 녹음한 순서거나 그냥 만든 순서지, 그 곡에서 중요한 순서가 아니기 때문 입니다. 오늘은 무엇부터 만질지를 정하는 기준 이야기입니다. 결론을 먼저 적으면 두 줄입니다. 그 곡의 중심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고, 리듬 섹션을 먼저 세운다. ① 순서가 왜 결과를 바꾸나 🎚️ 믹스에서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상대적 입니다. 보컬을 3dB 올린다는 건 보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머지 전부를 3dB 내린다는 뜻이고, 킥에 컴프를 거는 건 킥 하나가 아니라 베이스와의 관계를 바꾸는 일입니다. 그래서 먼저 정한 것이 나중 것의 기준 이 됩니다. 처음에 만진 트랙이 그 곡의 눈금이 되는 거예요.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아무 생각 없이 1번 트랙부터 시작하면, 우연히 1번에 있던 트랙이 곡 전체의 기준 이 됩니다. 하이햇을 기준으로 삼아 서른 트랙을 맞춰놓고 나중에 보컬을 올리려는데 자리가 없는 상황이 이래서 나옵니다. 순서를 정한다는 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를 먼저 고른다 는 뜻입니다. ② 먼저 물어볼 것 — 이 곡의 중심은 무엇인가 🎯 기준을 고르는 질문은 하나로 줄어듭니다. "이 곡을 사람들은 무엇으로 기억할까." 답이 대체로 둘 중 하나로 갈립니다. 🔹 노래(song) 중심 — 멜로디와 가사가 먼저 기억되는 곡. 발라드,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 대부분의 팝 🔹 트랙 중심 — 사운드와 그루브가 먼저 기억되는 곡. 하우스, 테크노, 힙합, 상당수의 일렉트로닉 이 구분이 작업 순서를 가릅니다. 노래 중심이면 보컬부터 놓습니다. 보컬 음량과 톤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악기는 그 보컬이 들리는 자리를 남기는 방향으로 맞춰갑니다. 보컬이 기준이고 반주가 종속입니다. 트랙 중심이면 ...

드럼을 마지막에 고치면 이미 늦습니다 — 작곡·편곡·프로듀스가 하나가 된 시대의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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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가르치던 시절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과제를 받아보면 화면이 거의 똑같았어요. 피아노롤에 기본 어쿠스틱 킷으로 찍은 여덟 마디가 있고, 그 위에 코드가 올라가 있고, 마지막에 "이제 편곡할게요" 하고 악기를 늘립니다. 순서만 보면 잘못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론 수업에서 배운 그대로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이 늘 같은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곡은 됐는데 음악이 아니라 데모처럼 들려요. 본인도 압니다.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면 대개 "믹싱을 못 해서요"라고 답합니다. 아닙니다. 믹싱 전에 이미 결정이 끝나 있었어요. 오늘은 그 결정이 어디서 났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드럼입니다. 그리고 드럼이 왜 그렇게 중요해졌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작곡과 편곡을 나눠서 생각하는 습관 자체가 어디서 온 건지까지 닿게 됩니다. 스튜디오의 드럼 녹음 현장. 이 그림이 기본값이던 시절에 지금의 작업 순서가 만들어졌습니다 / 출처: The Blackbird Academy /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① 다들 똑같은 순서로 시작하고, 거기서 멈춘다 🥁 관찰한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1단계 — DAW를 열고 드럼부터 찍는다. 음색은 건드리지 않는다. 기본으로 잡혀 있는 어쿠스틱 킷 그대로, 킥·스네어·하이햇을 여덟 마디 찍는다 🔹 2단계 — 그 위에 코드를 올린다. 여기에 시간을 가장 많이 쓴다. 진행을 바꿔보고, 보이싱을 바꿔보고, 멜로디를 얹는다 🔹 3단계 — 다 만든 다음에 "편곡"을 한다. 악기를 늘리고, 스트링을 넣고, 마지막에 드럼 음색을 이것저것 바꿔본다 3단계에서 문제가 터집니다. 드럼 음색을 바꾸는 순간 곡이 안 맞아요. 808을 넣으면 코드가 너무 촘촘하고, 하우스 킷으로 바꾸면 템포가 안 맞고, 로파이 킷을 넣으면 스트링이 겉돕니다. 그래서 결국 처음 그 어쿠스틱 킷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와서 믹싱을 아무리 해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