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표절일까 — 실제 사건 17건을 놓고 직접 판단해보기
곡을 하나 만들어놓고 재생하다가 문득 손이 멈출 때가 있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코드 진행을 짚어보니 흔한 네 개짜리고, 멜로디도 딱히 베낀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찜찜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이럴 때 인터넷을 뒤지면 "네 마디까지는 괜찮다", "여덟 마디 넘으면 걸린다" 같은 말이 나옵니다. 그런 기준은 지금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신 법원이 실제로 따지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은 그 기준을 먼저 정리하고, 실제 사건 17건을 결과와 이유까지 붙여서 하나씩 정리하겠습니다. 사건마다 원곡과 지목된 곡을 나란히 걸어뒀으니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보세요. 글로만 읽으면 남의 결론을 따라가게 되지만, 귀로 들으면 자기 기준이 생깁니다.
미리 밝혀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니고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공개된 판결과 보도를 정리한 읽을거리로 봐주세요.
①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다른 말이다 ⚖️
같은 말처럼 쓰지만 둘은 다릅니다.
표절은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도덕과 평판의 문제고, 커뮤니티에서 "이건 표절 아니냐"고 할 때 쓰는 그 표절입니다. 법에 정의가 적혀 있는 단어는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는 법이 정해둔 조건에 걸리느냐를 따집니다. 조건에 안 맞으면 아무리 닮아도 침해가 아니고, 거꾸로 베낄 생각이 없었어도 조건에 맞으면 침해입니다.
그래서 "누가 들어도 비슷한데 법원은 아니라더라" 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재는 잣대가 서로 다르니까요. 아래에서 볼 사건들 대부분이 이 간극에서 나옵니다.
② 법이 보호하는 것은 표현이지 아이디어가 아니다 🧱
저작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쓸 수 있고,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붙잡아둔 표현만 보호합니다.
음악에 대입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보호받기 어려운 것
코드 진행, 리듬 패턴, 템포, 스케일, 장르, 악기 편성, 전체적인 분위기. 이런 것들은 음악을 만드는 재료이자 문법에 가깝습니다. 특정인이 독점하면 다음 사람이 곡을 못 만듭니다.
🔹 보호받는 쪽에 가까운 것
구체적인 멜로디 라인, 가사, 그 곡만의 독특한 소리 배치. 재료가 아니라 재료를 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 대부분 왼쪽에서 오거든요. C-G-Am-F가 같아서 비슷하게 들리고, 8분음표로 쪼갠 베이스가 같아서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그 왼쪽은 법정에서 대체로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 한 가지만 덧붙이면
"원칙적으로"라고 쓴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진행이거나, 짧은 요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돼 그 자체로 독창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건 예외이고, 예외를 근거로 자기 곡을 걱정할 필요는 보통 없습니다.
③ 두 개의 관문 —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원고가 두 가지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 첫째, 의거성
피고가 원고의 곡을 보고 만들었느냐입니다. 직접 증거는 거의 없으니 보통 접근 가능성으로 따집니다. 원고 곡이 널리 알려져 있었는지,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었는지, 피고가 그 곡을 들었다고 인정했는지.
일본 최고재판소가 1978년에 이 원칙을 정면으로 밝힌 적이 있습니다. 기존 저작물과 같은 작품이 만들어졌더라도 그것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복제에 해당하지 않고, 침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연히 같아진 것은 침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 둘째, 실질적 유사성
겹치는 부분이 ②에서 본 보호받는 표현인지를 봅니다. 두 곡의 유사점이 코드 진행과 리듬뿐이라면 유사하긴 해도 "실질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두 관문을 다 통과해야 침해입니다.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대부분 둘째 관문이었습니다.
④ 침해로 인정된 사건들 🔴
🔹 사건 1 · 「My Sweet Lord」 — 조지 해리슨 · 미국 · 1976
시폰스의 「He's So Fine」 저작권자가 1971년 소송을 냈습니다. 1976년 8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리처드 오언 판사는 해리슨이 자기도 모르게 베꼈다고 봤습니다. 모르고 했어도 침해는 침해라는 겁니다. 해리슨은 그 곡을 이전에 들은 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배상액은 1981년 2월 58만 7천 달러로 정해졌습니다.
▶ 원곡 · The Chiffons 「He's So Fine」 (1963)
▶ 지목된 곡 · George Harrison 「My Sweet Lord」 (1970)
🔹 사건 2 · 「Love Is a Wonderful Thing」 — 마이클 볼튼 · 미국 · 1994
볼튼의 1991년 곡이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1964년 동명곡을 베꼈느냐가 쟁점이었습니다. 1994년 배심은 침해를 인정하고 540만 달러를 물렸습니다. 당시 음악 표절 사건 중 가장 큰 금액이었습니다. 2000년 제9연방항소법원도 이를 유지했습니다. 볼튼이 그 곡을 접할 수 있었고 실제로 닮았다며, 공동 작곡자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베꼈다고 본 겁니다.
▶ 원곡 · The Isley Brothers 「Love Is a Wonderful Thing」 (1966)
▶ 지목된 곡 · Michael Bolton 「Love Is a Wonderful Thing」 (1991)
🔹 사건 3 · 「Blurred Lines」 — 로빈 시크 · 퍼렐 윌리엄스 · 미국 · 2018
2013년 곡이 마빈 게이의 1977년 「Got to Give It Up」을 베꼈느냐가 쟁점이었습니다. 2015년 배심이 침해를 인정했고 2018년 3월 제9연방항소법원이 2대 1로 유지했습니다. 배상은 실손해 약 318만 달러를 포함해 530만 달러 규모였고, 유산 측은 이후 발생하는 작곡·퍼블리싱 수익의 50퍼센트를 로열티로 받게 됐습니다. 함께 피고였던 래퍼 T.I.에 대한 배상 부분은 파기됐습니다.
이 사건이 두고두고 인용되는 이유는 반대의견 때문입니다. 응우옌 판사는 두 곡이 멜로디·화성·리듬에서 객관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봤고, 다수의견이 결과적으로 음악 스타일에 저작권을 인정해준 셈이라고 적었습니다.
▶ 원곡 · Marvin Gaye 「Got to Give It Up」 (1977)
▶ 지목된 곡 · Robin Thicke 「Blurred Lines」 (2013)
🔹 사건 4 · 기념수 사건 — 일본 · 2003 확정
1966년에 나온 고바야시 아세이의 「어디까지나 가자」와 1992년 핫토리 가쓰히사의 「기념수(記念樹)」가 맞붙었습니다. 앞의 곡은 타이어 회사 광고 음악으로 널리 불렸고, 뒤의 곡은 후지TV 프로그램의 엔딩 테마였습니다. 1998년 제소, 1심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02년 9월 도쿄고등재판소가 뒤집습니다. 두 곡에 표현상 본질적 특징의 동일성이 있고, 이 정도의 유사성이 우연히 생겼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약 940만 엔을 물어주라고 했고, 2003년 최고재판소가 상고를 받아주지 않으면서 그대로 굳었습니다.
▶ 원곡 · 고바야시 아세이 「어디까지나 가자」 (1966, 브리지스톤 광고)
▶ 지목된 곡 · 핫토리 가쓰히사 「기념수」 (1992)
⑤ 침해가 아니라고 본 사건들 🟢
🔹 사건 5 · 「원 레이니 나이트 인 도쿄」 — 일본 · 1978
1963년 스즈키 미치아키의 곡이 미국 곡 「Boulevard of Broken Dreams」에 의거한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최고재판소는 1978년 9월, 보고 만든 게 아니라면 복제가 아니라는 원칙을 세우면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본 의거성 원칙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 원곡 · 「Boulevard of Broken Dreams」 (1933)
▶ 지목된 곡 · 이시하라 유지로 「원 레이니 나이트 인 도쿄」
🔹 사건 6 · 「Stairway to Heaven」 — 레드 제플린 · 미국 · 2020 확정
스피릿의 1968년 곡 「Taurus」의 도입부를 따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014년 제소, 2016년 배심은 침해가 아니라고 봤고, 2020년 3월 제9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유지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6년간의 다툼이 끝났습니다.
▶ 원곡 · Spirit 「Taurus」 (1968)
▶ 지목된 곡 · Led Zeppelin 「Stairway to Heaven」 (1971)
🔹 사건 7 · 「Dark Horse」 — 케이티 페리 · 미국 · 2022
크리스천 힙합 아티스트 플레임(마커스 그레이)이 자기 곡 「Joyful Noise」의 반복되는 악기 음형을 베꼈다며 2014년 소송을 냈고, 2019년 배심은 280만 달러 배상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그 평결을 뒤집었고, 2022년 3월 제9연방항소법원이 이를 확정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문제가 된 그 음형이 저작권으로 보호할 만큼 독창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 원곡 · Flame 「Joyful Noise」 (2008)
▶ 지목된 곡 · Katy Perry 「Dark Horse」 (2013)
🔹 사건 8 · 「Shape of You」 — 에드 시런 · 영국 · 2022
사미 초크리가 자신의 2015년 곡 「Oh Why」의 훅을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2년 4월 영국 고등법원은 시런이 고의로든 무의식중이든 베끼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문제가 된 훅이 오래 쓰여온 단조 펜타토닉 패턴이라는 점이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시런 측은 법률비용 일부로 약 91만 파운드를 중간 지급받았습니다.
▶ 원곡 · Sami Switch 「Oh Why」 (2015)
▶ 지목된 곡 · Ed Sheeran 「Shape of You」 (2017)
🔹 사건 9 · 「Thinking Out Loud」 — 에드 시런 · 미국 · 2023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었고, 2023년 5월 뉴욕 배심은 침해가 아니라고 평결했습니다. 관련 사건에서 담당 판사는 문제가 된 코드 진행과 하모닉 리듬이 대중음악에 널린 재료라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고,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 원곡 · Marvin Gaye 「Let's Get It On」 (1973)
▶ 지목된 곡 · Ed Sheeran 「Thinking Out Loud」 (2014)
🔹 사건 10 · 「Levitating」 — 두아 리파 · 미국 · 2025
작곡가 L. 러셀 브라운과 샌디 린저가 자신들의 1979년·1980년 곡에서 따왔다며 2022년 소송을 냈습니다. 2025년 3월 담당 판사는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원고들이 내세운 "디스코 느낌의 팝"이라는 음악 스타일과 "즐기고 춤추게 하는" 기능은 단독으로든 결합해서든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원곡 · Cory Daye 「Wiggle and Giggle All Night」 (1979)
▶ 지목된 곡 · Dua Lipa 「Levitating」 (2020)
🔹 사건 11 · 「썸데이」 — 박진영 · 한국 · 2015
작곡가 김신일이 2005년 가수 애쉬에게 준 「내 남자에게」의 후렴을 가져갔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김신일 쪽 손을 들어 각각 2천100만 원과 5천690만 원을 물어주라고 했습니다.
결론은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갈렸습니다. 원고 곡의 그 후렴구가 먼저 나온 여러 곡과 비슷해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돌려보냈습니다. 다시 열린 재판에서는 법원이 화해를 권했고 그대로 확정되면서, 소송비용은 양쪽이 각자 부담하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 원곡 · 애쉬 「내 남자에게」 (2005)
▶ 지목된 곡 · 아이유 「썸데이」 (2011)
⑥ 법정 밖에서 크레딧으로 정리된 사건들 🤝
현장에서는 이쪽이 훨씬 흔합니다. 판결까지 끌고 가면 돈도 시간도 너무 드니까, 닮은 건 닮았다고 인정하고 크레딧과 로열티를 나누는 선에서 매듭짓습니다.
🔹 사건 12 · 「Ice Ice Baby」 — 바닐라 아이스 · 1990
퀸과 데이비드 보위의 「Under Pressure」 베이스 라인을 크레딧 없이 샘플로 썼습니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합의로 끝났고, 퀸과 보위가 작곡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정작 본인이 인터뷰마다 말을 바꾼 탓에 조건이 어땠는지는 아직도 얘기가 엇갈립니다.
▶ 원곡 · Queen & David Bowie 「Under Pressure」 (1981)
▶ 지목된 곡 · Vanilla Ice 「Ice Ice Baby」 (1990)
🔹 사건 13 · 「Bitter Sweet Symphony」 — 더 버브 · 1997
롤링 스톤스의 「The Last Time」을 앤드루 올덤 오케스트라가 편곡한 버전에서 짧은 구간을 샘플로 썼습니다. 다섯 음을 쓰는 조건으로 로열티 50퍼센트를 주기로 했는데, 스톤스 쪽 매니저가 약속한 것보다 많이 썼다고 걸고넘어졌습니다. 결국 법정까지 가지 않고 합의했는데, 퍼블리싱 권리와 로열티가 통째로 상대 회사에 넘어갔고 재거와 리처즈가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반전은 20년 뒤에 왔습니다. 2019년 재거와 리처즈가 권리와 자기 몫 로열티를 리처드 애시크로프트에게 돌려주고 크레딧에서 이름을 뺐습니다. 그때까지 애시크로프트가 이 곡으로 받은 퍼블리싱 수입은 천 달러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 원곡 · Andrew Oldham Orchestra 「The Last Time」 (1965 편곡판)
▶ 지목된 곡 · The Verve 「Bitter Sweet Symphony」 (1997)
🔹 사건 14 · 「Creep」 — 라디오헤드 · 1990년대
홀리스의 「The Air That I Breathe」와 코드 진행도 멜로디도 닮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라디오헤드가 참고했다는 걸 처음부터 숨기지 않아서 싸울 일도 없이 합의로 끝났고, 앨버트 해먼드와 마이크 헤이즐우드가 공동 작곡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해먼드는 라디오헤드가 솔직하게 인정했으니 로열티는 조금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원곡 · The Hollies 「The Air That I Breathe」 (1974)
▶ 지목된 곡 · Radiohead 「Creep」 (1992)
🔹 사건 15 · 「Stay With Me」 — 샘 스미스 · 2015
톰 페티의 1989년 곡 「I Won't Back Down」과 닮았다고 페티 쪽 퍼블리셔가 먼저 알려왔습니다. 스미스 쪽은 닮은 걸 인정하고, 페티와 제프 린에게 작곡 크레딧과 로열티를 12.5퍼센트씩 주기로 했습니다. 페티는 나쁜 뜻이 있었겠느냐며 이런 일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고, 스미스에게 직접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 원곡 · Tom Petty 「I Won't Back Down」 (1989)
▶ 지목된 곡 · Sam Smith 「Stay With Me」 (2014)
🔹 사건 16 · 「good 4 u」 — 올리비아 로드리고 · 2021
파라모어의 「Misery Business」와 닮았다는 반응이 나오자 소송 없이 헤일리 윌리엄스와 조시 패로를 작곡 크레딧에 소급해 올렸습니다.
▶ 원곡 · Paramore 「Misery Business」 (2007)
▶ 지목된 곡 · Olivia Rodrigo 「good 4 u」 (2021)
🔹 사건 17 · 「deja vu」 — 올리비아 로드리고 · 2021
같은 앨범의 다른 곡에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Cruel Summer」를 참고한 데가 있어서, 스위프트를 비롯한 세 사람을 공동 작곡자로 올렸습니다. 브리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로드리고가 직접 말했습니다.
▶ 원곡 · Taylor Swift 「Cruel Summer」 (2019)
▶ 지목된 곡 · Olivia Rodrigo 「deja vu」 (2021)
💡 이 방식이 늘어나는 이유
소송으로 가면 이겨도 손해입니다. 「Shape of You」는 시런이 이겼지만 법률비용만 90만 파운드가 넘었습니다. 미리 크레딧을 나누면 그 비용도 몇 년의 시간도 아낍니다. 다만 닮은 걸 인정하고 들어가는 셈이라, 이게 관행으로 굳는 걸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⑦ 17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
법원 판단이 나온 11건을 한자리에 놓으면 갈림길이 꽤 선명합니다.
🔹 인정된 쪽의 공통점
겹친 것이 멜로디였습니다. 「My Sweet Lord」도, 마이클 볼튼 사건도, 기념수 사건도 문제가 된 것은 부를 수 있는 선율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사건 다 피고가 원곡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게 인정됐습니다.
🔹 아니라고 본 쪽의 공통점
겹친 게 재료였거나, 아니면 원고 곡의 그 부분부터가 독창적이지 않다고 봤습니다. 코드 진행과 하모닉 리듬(「Thinking Out Loud」), 흔한 하행 음계와 장르적 느낌(「Levitating」), 널리 쓰인 펜타토닉 패턴(「Shape of You」), 반복되는 짧은 음형(「Dark Horse」), 선행 저작물과 유사한 후렴(「썸데이」).
🔹 예외로 남은 하나
「Blurred Lines」만 결이 다릅니다. 멜로디가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을 인정해준 사건이라, 지금도 다른 판결에서 반대 사례로 끌려 나옵니다. 배심 재판이었다는 점을 다들 짚습니다. 배심원은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고, 두 곡을 나란히 들으면 "느낌이 같다"는 인상이 먼저 옵니다. 나머지 사건들이 판사의 법률 판단에서 걸러진 것과 대조적입니다.
🔹 그리고 나라가 달라도
미국도 영국도 일본도 한국도 결국 같은 걸 봅니다. 그 부분이 누구나 쓰는 재료인가, 아니면 그 곡만의 표현인가. 법체계가 다른데도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⑧ 흔한 오해 세 가지 ❌
🔹 "여덟 마디까지는 괜찮다"
지금은 그런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이 말이 어디서 왔는지는 짚어둘 만합니다. 한국에서는 1997년까지 공연윤리위원회가 표절 심의를 했고, 두 소절(여덟 마디) 이상 같은 패턴이거나 음정이 달라도 박자 분할이 같으면 표절로 보는 식의 기준을 썼습니다. 그 심의 기구가 없어지면서 판단은 법원으로 넘어왔는데, 법원은 마디를 세지 않습니다. 짧아도 그 부분이 곡의 핵심이면 문제가 되고, 길어도 흔한 재료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코드 진행이 같으면 표절이다"
②에서 본 대로 코드 진행 자체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Thinking Out Loud」와 「Levitating」이 그걸 대놓고 확인해줬습니다. 카논 진행으로 만들어진 곡이 몇 곡인지 세보면 바로 납득이 갑니다. 다만 코드 진행이 같은 상태에서 멜로디까지 겹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제가 되는 건 멜로디 쪽입니다.
🔹 "샘플링도 같은 기준이다"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은 악보에 적히는 작곡을 두고 닮았는지 따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샘플링은 남의 녹음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라, 닮았는지 따질 것도 없이 허락을 받았느냐가 전부입니다. 「Ice Ice Baby」와 「Bitter Sweet Symphony」가 이 경우입니다. 아무리 짧게 잘라 써도 허락은 허락입니다.
💡 지금 벌어지고 있는 다툼
2026년 7월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음악 저작권 관리단체 GEMA가 AI 음악 서비스 수노(Suno)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GEMA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관리하는 곡들을 허락 없이 학습에 썼다는 게 쟁점이었고, 배상액은 다음 절차에서 정합니다. 곡끼리 닮았느냐가 아니라 학습에 썼느냐를 따지는, 다투는 자리가 하나 더 생긴 겁니다.
⑨ Q&A 💬
Q. 코드 진행 네 개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괜찮을까요?
A. 코드 진행만으로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위 17건 중에 없습니다. 흔한 진행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다만 그 위에 얹은 멜로디가 원곡과 겹치는지는 따로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Q. 레퍼런스 곡을 틀어놓고 만들었습니다. 이게 의거성인가요?
A. 들었다는 것만으로 침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의거성은 두 관문 중 하나일 뿐이고, 결과물이 보호받는 표현을 실제로 가져왔는지는 따로 봅니다. 참고해서 만드는 건 작곡가라면 다 하는 일입니다.
Q. 몰랐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My Sweet Lord」와 마이클 볼튼 사건이 그 예입니다. 둘 다 자기도 모르게 베낀 걸로 봤고, 그래도 침해는 침해였습니다. 의도는 두 관문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고의가 인정되면 배상액이 커지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Q. 만들고 나서 원곡과 닮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겹치는 구간을 특정하고, 그 부분이 멜로디인지 반주 재료인지부터 구분해보세요. 반주 재료 쪽이면 대체로 여유가 있고, 멜로디가 마디째로 겹친다면 그 부분만 고쳐도 대개 풀립니다. 발표를 앞둔 상업 음원이고 판단이 서지 않으면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AI가 만들어준 멜로디를 쓰면 안전한가요?
A. 안전하지 않습니다. 학습 데이터에 있던 곡과 닮게 나올 수 있고, 그걸 발표한 책임은 발표한 사람이 집니다. 게다가 AI가 만든 결과물의 권리 관계는 나라마다 아직 정리되는 중입니다.
Q. 커버나 리믹스는요?
A. 그건 표절이 아니라 허락의 문제입니다. 원곡을 원곡이라고 밝히고 쓰는 거니까, 나라별 신탁단체와 플랫폼 절차만 따르면 됩니다.
Q. 우연히 비슷해졌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A. 「Shape of You」 사건에서 시런 쪽이 쓴 방법이 참고할 만합니다. 문제가 된 부분이 예전부터 흔하게 쓰이던 패턴이라는 걸 보이고, 자기 곡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료로 냈습니다. 작업 파일과 날짜가 남아 있으면 그만큼 유리합니다.
⑩ 오늘 할 일 ✍️
작업 중인 곡이 하나 있으면 충분합니다.
1. 찜찜한 구간을 4~8마디로 특정한다
2. 그 구간에서 겹친다고 느끼는 요소를 코드·리듬·멜로디·음색으로 나눠 적는다
3. 코드와 리듬만 겹친다면 거기서 멈춘다 — 위 사건들이 거듭 확인해준 지점이다
4. 멜로디가 겹친다면 그 마디의 음을 하나씩 비교한다. 몇 개가 같은 자리에 같은 길이로 있는지 센다
5. 절반 이상이 같은 자리에 있다면 그 마디만 다시 써본다. 시작음을 바꾸거나 리듬을 밀어보는 것으로 대개 충분하다
6. 프로젝트 파일을 날짜가 남는 형태로 백업해둔다
4번을 직접 해보시길 권합니다. 세어보면 "겹친다"는 느낌이 실제로는 두세 음 때문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 두세 음만 옮기면 곡의 인상은 유지되면서 찜찜함이 사라집니다.
닮았다는 느낌과 법이 보는 유사성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걸 알고 나면 남의 곡을 함부로 표절이라 부르는 일도, 내 곡을 근거 없이 걱정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마무리
오늘 내용을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법이 보는 것은 닮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보호받는 표현을 가져왔는가다 — 코드와 리듬은 재료고, 다투는 자리는 대체로 멜로디다」
17건 중에 결과가 뜻밖이었던 사건이 있으셨나요? 어느 쪽이었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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