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역만 유난히 거슬릴 때 — 레조넌스와 디에싱
보컬을 녹음해놓고 들어보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특정 단어에서만 귀가 찡그려집니다. "시작"의 '시'에서 삐 하고 찌르거나, 어느 한 음에서만 웅 하고 울립니다. 기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드 하나에서만 유난히 아픕니다.
그래서 EQ를 열고 그 대역을 깎습니다. 거슬리는 소리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같이 얇아지고 생기가 빠집니다. 문제는 없앴는데 소리도 같이 죽은 겁니다.
이 상황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문제가 항상 있는 게 아니라 가끔만 있을 때, 어떻게 그 순간만 골라서 처리하느냐입니다.
① 레조넌스는 왜 생기나
레조넌스(공진)는 특정 주파수만 유독 크게 튀어나오는 현상입니다. 원인은 대체로 이 넷 중 하나입니다.
🔹 방 — 벽 사이 거리에 맞는 주파수가 방 안에서 증폭됩니다. 홈 스튜디오에서 저음이 유난히 웅웅거리는 이유가 대개 이겁니다.
🔹 악기 자체 — 기타 통, 스네어 몸통, 사람의 성도(목에서 입까지의 통로) 모두 고유한 울림점이 있습니다.
🔹 마이크와 거리 — 마이크에 가까이 붙으면 저음이 부풀고, 각도에 따라 특정 고음이 강조됩니다.
🔹 디지털 처리 — 필터의 Q를 높이거나 새추레이션을 세게 걸면 없던 봉우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봉우리가 항상 같은 크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낮은 음을 부를 때는 조용하다가 특정 음에서만 튀어나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 주파수가 크다"가 아니라 "이 주파수가 가끔 커진다"입니다.
치찰음도 같은 종류의 문제입니다. "스" "츠" "시" 같은 소리는 6~10kHz 부근에 에너지가 몰리는데, 이 소리가 나올 때만 그렇습니다. 노래 전체로 보면 그 대역은 오히려 필요합니다. 공기감과 선명함이 거기 있으니까요.
② 정적 EQ로 잡으면 왜 얇아지나
앞의 문장을 이해하면 이유가 바로 나옵니다.
정적 EQ는 곡 내내 같은 양으로 작동합니다. 문제가 생기는 순간에 맞춰 -6dB를 깎으면, 문제가 없는 나머지 구간에서도 계속 -6dB가 깎입니다. 치찰음을 잡으려고 8kHz를 파버리면 "스" 소리는 순해집니다. 대신 목소리 전체가 답답해지고 멀어집니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필요한 건 봉우리가 솟을 때만 눌러주는 처리인데, 정적 EQ는 바닥을 통째로 깎아 내리는 처리입니다.
③ 가장 쉬운 출발점 — 디에서
치찰음 하나만 놓고 보면, 전용 도구가 이미 대부분의 DAW에 들어 있습니다. 디에서(De-esser)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지정한 대역(보통 5~10kHz)의 에너지를 감시하다가, 그 값이 기준을 넘으면 그 순간에만 깎습니다. 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컴프레서가 특정 대역만 담당하는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 쓰는 순서
먼저 주파수를 정합니다. 대부분의 디에서에는 감지 대역만 따로 들어볼 수 있는 모드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주파수를 움직이면서 "스" 소리가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지점을 찾습니다. 여성 보컬은 대체로 위쪽, 남성 보컬은 조금 아래쪽에 있습니다. 그다음 스레숄드을 내리면서 치찰음이 순해지는 순간까지만 갑니다.
🔹 가장 흔한 실수
너무 많이 거는 것입니다. "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면 발음이 웅얼거리게 들립니다. 치찰음은 없애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걸었다 껐다 하면서 "말이 뭉개지기 직전"에서 멈추세요.
🔹 디에서를 두 개 쓰는 방법
하나로 다 잡으려 하면 과해집니다. 대신 두 개를 얕게 겁니다. 하나는 낮은 쪽(5~7kHz), 하나는 높은 쪽(8~11kHz)을 담당하게 하고 각각 조금씩만 작동시키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④ 문제가 치찰음만은 아닐 때
치찰음은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전용 도구로 잡히지만, 레조넌스는 어디에 나타날지 모릅니다. 어떤 곡은 300Hz, 어떤 곡은 2.5kHz입니다. 게다가 여러 군데에 동시에 생기기도 합니다.
이럴 때 쓰는 방식이 다이내믹 EQ입니다. 벨 필터를 하나 만들고, 그 대역이 기준을 넘을 때만 깎도록 설정합니다. 디에서와 원리는 같지만 주파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 손으로 잡는 순서
① EQ에서 스윕으로 문제 대역을 찾습니다. 게인을 크게 올리고 Q를 좁게 잡은 채 좌우로 쓸다 보면 귀가 찡그려지는 자리가 나옵니다.
② 그 자리에 다이내믹 밴드를 만듭니다.
③ 스레숄드을 내리면서, 문제가 있는 구간에서만 미터가 움직이도록 맞춥니다. 조용한 구간에서 미터가 계속 움직이면 너무 낮게 잡은 겁니다.
④ 깎는 양은 -3~-5dB 정도면 대개 충분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문제가 없는 구간의 소리를 그대로 남긴다는 점입니다. 목소리가 얇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⑤ 자동으로 찾아주는 도구들
문제가 서너 군데면 손으로 잡을 만합니다. 그런데 열 군데가 넘어가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게다가 노래하는 동안 봉우리의 위치 자체가 계속 움직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레조넌스를 스스로 찾아서 억제하는 도구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oeksound의 soothe 계열입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들어오는 소리의 주파수 분포를 아주 촘촘하게 살펴보고, 주변보다 튀어나온 지점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만 좁은 밴드를 만들어 눌러줍니다. 소리가 바뀌면 밴드의 위치도 따라 움직입니다. 사람이 다이내믹 EQ를 수십 개 걸어놓고 실시간으로 주파수를 옮기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셈입니다.
중요한 건 주변보다 튀어나온 것만 건드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체 톤은 거의 그대로 두고 거슬리는 부분만 걷어낼 수 있습니다.
🔹 soothe3(soothe3) — 2026년 5월, 229유로
최신 버전은 2026년 5월에 나왔습니다. 이전 버전에서 따로 있던 두 개의 파라메터를 하나로 합쳐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처리 모드가 둘로 나뉘었습니다. 부드러운 쪽은 기준선이 소리에 따라 움직여서 더 자연스럽고, 강한 쪽은 이전 버전처럼 고정된 기준으로 확실하게 눌러줍니다. 지연이 적은 모드와 다채널 지원도 들어갔습니다. 값이 만만치 않은 만큼, 사기 전에 체험판으로 자기 소스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 비슷한 일을 무료로
TDR Nova에 다이내믹 밴드가 네 개 있습니다. 자동은 아니지만, 문제 대역이 서너 군데인 경우라면 이걸로 충분히 처리됩니다. DAW 기본 멀티밴드 컴프레서도 대역을 잘게 나누면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자동 도구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손이 더 갈 뿐입니다.
⑥ 과하게 쓰면 생기는 일
이런 도구들은 효과가 즉각적이라 손이 자꾸 올라갑니다. 그런데 과하게 걸면 특유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 소리에서 생기가 빠집니다. 거슬리는 봉우리와 개성을 만드는 봉우리는 사실 같은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부 평평하게 만들면 안전하지만 밋밋해집니다.
🔹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튀어나온 부분이 사라지면 소리가 얌전해지고, 결과적으로 믹스에서 뒤로 물러납니다.
🔹 다른 문제를 가립니다. 마이크 위치나 방 상태 때문에 생긴 문제를 플러그인으로 덮으면,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습니다.
💡 정리하면 — 이 처리들은 소리를 좋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아픈 지점을 없애는 도구입니다. 판단 기준은 "더 좋아졌나"가 아니라 "귀가 덜 아픈가"여야 합니다.
⑦ 플러그인보다 먼저 해볼 것
마지막으로 순서를 정리하겠습니다. 아래 순서대로 가면 플러그인을 덜 쓰고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나 — 마이크 각도와 거리를 바꿔봅니다. 치찰음은 마이크를 입 정면이 아니라 살짝 비껴 놓는 것만으로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다시 녹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게 가장 빠릅니다.
🔹 둘 — 문제 구간만 손으로 줄입니다. 치찰음이 다섯 군데뿐이라면, 그 다섯 군데의 볼륨을 오토메이션으로 살짝 내리는 편이 어떤 플러그인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결과가 가장 깨끗합니다.
🔹 셋 — 디에서나 다이내믹 EQ를 얕게 겁니다.
🔹 넷 — 그래도 남으면 자동 억제 도구를 고려합니다.
🙋 자주 나오는 질문
Q. 디에서는 컴프레서 앞인가요 뒤인가요?
보통 컴프레서 뒤가 낫습니다. 컴프레서가 전체를 눌러 올리면 치찰음도 같이 커지거든요. 눌린 결과를 보고 처리하는 편이 예측 가능합니다.
Q. 레조넌스 억제를 마스터에 걸어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조심스럽습니다. 마스터에 걸면 모든 악기에 동시에 작용해서 곡 전체의 에너지가 빠지기 쉽습니다. 문제가 있는 트랙에 개별로 거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방 때문에 생긴 저음 레조넌스도 플러그인으로 잡히나요?
녹음된 소리에 남은 것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듣고 있는 스피커에서 방 때문에 생기는 울림은 플러그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건 녹음이 아니라 듣는 환경의 문제라, 흡음재나 스피커 위치로 접근해야 합니다.
Q. 얼마나 깎는 게 적당한가요?
미터 기준으로 -3~-6dB 사이가 대체로 무난합니다. 그 이상 들어가야 겨우 나아진다면 소스나 녹음 자체를 다시 보는 편이 빠릅니다.
Q. 자동 도구를 쓰면 실력이 안 느는 거 아닌가요?
도구를 쓰기 전에 문제 대역을 스윕으로 한 번 찾아보세요. 자동으로 걸더라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고 거는 것과 모르고 거는 것은 다릅니다. 알고 나면 다음번에는 녹음 단계에서 미리 피할 수 있게 됩니다.
📌 한 줄 압축
거슬리는 소리는 항상 있는 게 아니라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정적 EQ로 바닥을 깎으면 문제와 함께 생기까지 사라집니다. 튀어나올 때만 눌러주는 처리로 바꾸면, 목소리를 얇게 만들지 않고도 아픈 지점만 걷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치찰음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저는 요즘 녹음할 때 마이크 각도부터 손보는 편입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같이 이야기해봐요.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이웃 추가 부탁드립니다.
#디에싱 #레조넌스 #다이내믹EQ #믹싱 #보컬믹싱 #Soothe #TDRNova #홈레코딩 #DTM #작곡공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