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악기가 가짜처럼 들릴 때 — 연주 표현과 미디 CC

좋은 스트링 라이브러리를 샀습니다. 프리셋 소리를 들어보면 분명 진짜 같아요. 그런데 내 곡에 멜로디를 찍어넣으면 갑자기 게임 배경음악처럼 들립니다. 관악기도 마찬가지고, 기타는 더 심하죠.

라이브러리 문제가 아닙니다. 음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 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주는 그렇지 않거든요. 오늘은 그 "변하는 것"을 어떻게 넣는지 보겠습니다.

① 벨로시티는 볼륨 노브가 아닙니다 🔨

먼저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벨로시티를 소리 크기 조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악기에서 세기가 바뀌면 크기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피아노 건반을 세게 치면 해머가 현을 세게 때립니다. 그러면 소리가 커질 뿐 아니라 배음이 훨씬 많이 생겨서 밝아집니다. 약하게 치면 어둡고 둥글어져요. 크기와 음색이 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드럼도 그렇습니다. 스네어를 약하게 치면 몸통이 덜 울려서 얇고 짧은 소리가 나고, 세게 치면 두껍고 길게 울립니다. 볼륨만 올린 것과 전혀 다릅니다.

좋은 라이브러리는 이걸 여러 벨로시티로 따로 녹음해서 해결합니다. 세기 구간마다 다른 샘플이 재생되죠. 그래서 벨로시티를 손대면 볼륨만이 아니라 음색이 실제로 바뀝니다.

📌 그래서 벨로시티를 전부 100으로 두면

같은 샘플이 계속 재생됩니다. 아무리 좋은 라이브러리여도 한 가지 소리만 나는 거예요. 이게 "기계 같다"의 첫 번째 원인입니다.

② 진짜 문제는 "음 안에서 안 변한다"는 것 📉

벨로시티에 편차를 줘도 여전히 가짜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다른 문제예요.

벨로시티는 음이 시작할 때 딱 한 번 정해집니다. 그 뒤로는 안 바뀌어요. 그런데 실제 악기는 음이 울리는 동안에도 계속 변합니다.

🔹 바이올린 — 활을 미는 동안 압력과 속도가 계속 변합니다. 한 음 안에서 커졌다 작아졌다 합니다

🔹 트럼펫 — 숨을 불어넣는 세기가 계속 변합니다. 긴 음은 대개 조금 커졌다가 끝에서 빠집니다

🔹 사람 목소리 — 말할 것도 없죠

건반 악기(피아노, 하프시코드)는 예외입니다. 친 뒤에는 줄어들기만 하니까요. 피아노 찍은 건 그럭저럭 들리는데 스트링이나 관악만 가짜 같은 이유가 이겁니다. 피아노는 원래 음 안에서 안 변하는 악기고, 나머지는 변하는 악기니까요.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음이 울리는 동안 값을 계속 보내주는 것. 그 수단이 CC입니다.

③ CC — 연주 중에 계속 보내는 값 🎛️

CC는 컨트롤 체인지(Control Change)의 줄임말입니다. 미디로 보내는 "조절값"이고, 번호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어요. 중요한 세 개만 보겠습니다.

🔹 CC7 — 볼륨 — 채널 전체의 음량입니다. 믹서 페이더와 같은 일을 해요. 소리를 키우고 줄일 뿐, 음색은 안 바뀝니다

🔹 CC11 — 익스프레션 — 이것도 음량이지만 연주 표현용입니다. 라이브러리에 따라서는 음량만 바꾸기도 하고, 음량과 음색을 같이 바꾸기도 합니다. 프레이즈 안에서 움직이는 값은 이쪽을 쓰는 게 관례입니다

🔹 CC1 — 모듈레이션 — 원래는 비브라토를 거는 용도였지만, 오케스트라 라이브러리에서는 대부분 다이내믹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올리면 약하게 연주한 샘플에서 세게 연주한 샘플로 부드럽게 넘어가요. 음색이 진짜로 바뀝니다

여기서 CC7과 CC11을 나눠 쓰는 이유가 나옵니다. CC7은 믹싱용으로 고정해두고, CC11은 연주용으로 계속 움직입니다. 나중에 트랙 음량을 조정할 때 연주 표현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 CC1과 CC11을 함께 쓰는 게 기본

많은 오케스트라 라이브러리에서 이렇게 씁니다. CC1으로 세기(음색)를, CC11로 음량을 만듭니다. 둘을 비슷하게 움직이되 완전히 똑같이는 안 움직이는 게 요령이에요. 예를 들어 크레셴도에서 CC1을 먼저 올리고 CC11을 살짝 늦게 따라가면 소리가 밀려 올라오는 느낌이 납니다.

⚠️ 다만 할당은 라이브러리마다 다릅니다. 매뉴얼을 한 번 보시는 게 제일 빠릅니다. CC1이 비브라토인 제품도 있고, 별도 번호를 쓰는 제품도 있어요.

도구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그 도구로 뭘 그려야 하는가는 악기마다 다릅니다.

④ 악기별 주문서 📋

기준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그 악기를 연주하면 자연히 생기는 것을 넣어주면 됩니다.

🔹 현악 — 긴 음은 반드시 안에서 움직입니다. 평평한 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활은 길이가 정해져 있어서 몇 마디마다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그 지점에서 아주 짧게 음량이 꺼졌다 돌아오는 표현을 넣으면 확 달라집니다

🔹 관악 — 숨이 있습니다. 긴 프레이즈를 쉼 없이 이어 붙이면 사람이 아닙니다. 4~8마디마다 짧은 틈을 만들고, 그 앞 음을 조금 짧게 끊으세요. 그리고 음 하나하나가 시작할 때 아주 살짝 늦게 소리가 올라옵니다

🔹 기타 — 스트럼은 동시에 울리지 않습니다. 다운 스트로크면 낮은 줄이 먼저, 업 스트로크면 반대입니다. 코드 안의 음들을 10~30밀리초씩 어긋나게 배치하세요. 그리고 코드가 바뀔 때 프렛 노이즈(손가락이 줄을 스치는 소리)가 납니다. 라이브러리에 있으면 꼭 넣으세요

🔹 피아노 — 화음의 음들이 완전히 동시에 눌리지 않습니다. 몇 밀리초씩 어긋나요. 그리고 페달(CC64)이 소리의 절반입니다. 페달을 밟으면 안 친 현까지 같이 울려서 공간이 생깁니다. 페달 없이 찍은 피아노는 아무리 잘 쳐도 건조합니다

🔹 드럼 — 같은 손으로 연속해서 못 칩니다. 16분음표 하이햇이 전부 같은 세기라면 그건 사람이 아니에요. 강약을 번갈아 넣고, 오픈 하이햇 뒤에는 반드시 닫는 소리를 넣습니다

이렇게 값을 그려 넣는 것과 별개로, 애초에 어떤 소리를 부를지를 고르는 장치도 있습니다.

⑤ 키스위치 — 주법을 바꾸는 스위치 🎹

좋은 라이브러리에는 같은 악기의 여러 주법이 들어 있습니다. 현악이라면 길게 켜기, 짧게 끊기, 튕기기, 트레몰로 같은 것들이죠.

이걸 고르는 방법이 키스위치입니다. 연주 음역 바깥의 아주 낮은 건반(예: C0 근처)을 누르면 주법이 바뀌는 방식이에요. 미디 에디터에서는 맨 아래쪽에 짧은 음들이 깔려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곡 전체를 하나의 주법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실제 연주는 프레이즈마다 주법이 바뀝니다. 노래하는 구간은 길게 켜고, 리듬을 받치는 구간은 짧게 끊죠. 이걸 나누기만 해도 완성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주법을 잘 나눠놨는데도 유독 기계처럼 들리는 자리가 하나 남습니다. 같은 음이 반복되는 구간이에요.

⑥ 같은 음을 연달아 치면 왜 기계 같나 🔁

샘플 라이브러리는 같은 음을 여러 번 녹음해둡니다. 이걸 라운드 로빈이라고 해요. 같은 음을 연속으로 치면 1번, 2번, 3번 녹음이 번갈아 나오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면, 사람이 같은 음을 두 번 쳐도 절대 똑같이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세하게 다른 소리가 나죠. 그런데 샘플이 하나뿐이면 완전히 동일한 파형이 반복됩니다. 사람 귀는 이걸 아주 잘 알아챕니다. 기관총 소리 같다고들 하죠.

라운드 로빈이 있는 라이브러리라면 켜져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다면 직접 손을 봐야 합니다. 같은 음이 반복될 때 벨로시티를 바꾸고, 시작 위치를 몇 밀리초씩 어긋나게 하고, 아주 조금씩 피치를 흔들면 상당히 나아집니다.

여기까지 나온 것들을 한 번에 손에 붙이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짧은 구간 하나를 놓고 단계마다 직접 들어보는 것이죠.

⑦ 오늘 30분 실습 ✅

스트링 멜로디 여덟 마디를 하나 놓고, 순서대로 해보세요. 단계마다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1. 원본을 들어봅니다. 벨로시티 전부 100, CC 없음. 이게 기준점입니다
2. 벨로시티에 편차를 줍니다. 프레이즈에서 중요한 음은 올리고, 지나가는 음은 내립니다. 70~110 사이에서 움직이면 충분합니다
3. CC11로 프레이즈 모양을 그립니다. 프레이즈 시작은 조금 낮게, 가운데에서 커지고, 끝에서 빠지게. 산 모양 하나를 그린다고 생각하세요
4. CC1을 같이 그립니다. CC11과 비슷하되 완전히 같지 않게. 크레셴도 구간에서 CC1을 조금 먼저 올려봅니다
5. 음 길이를 손봅니다. 붙어 있는 음들을 조금씩 겹치거나(레가토) 떼어냅니다(스타카토). 전부 똑같은 길이면 기계입니다
6. 타이밍에 휴머나이즈를 줍니다. 몇 개 음을 5~15밀리초씩 앞뒤로 밀어봅니다. 특히 프레이즈 첫 음을 살짝 늦게
7. 숨 쉬는 자리를 만듭니다. 4마디쯤에서 앞 음을 조금 일찍 끊고 CC11을 잠깐 내렸다 올립니다

1번과 7번을 번갈아 들어보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노트는 하나도 안 바꿨는데 다른 악기처럼 들립니다.

⑧ 힘 빼도 되는 곳 😮‍💨

전부 다 하려면 지칩니다. 우선순위가 있어요.

🔹 앞에 나오는 악기부터 — 멜로디를 맡은 악기에 시간을 씁니다. 뒤에 깔리는 패드는 대충 해도 티가 안 납니다

🔹 노출된 구간부터 — 악기가 두세 개만 남는 구간은 다 들립니다. 풀 편성 구간은 묻힙니다

🔹 긴 음부터 — 짧게 끊는 음은 안에서 변할 시간이 없습니다. CC를 그릴 필요도 없어요

🔹 실제로 그렇게 들리는지만 확인 — 리얼함이 목적이 아닌 곡도 많습니다. 일부러 기계적인 게 멋인 장르도 있고요

마무리

처음에 말한 그 게임 배경음악 같은 느낌은 결국 소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연주가 없어서 생깁니다. 음을 어디에 찍을지는 작곡이고, 그 음을 어떻게 낼지는 연주죠. 미디로 만들 때는 이 두 번째를 우리가 직접 해줘야 합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벨로시티를 다르게 하고, 긴 음 안에서 값을 움직이고, 숨 쉴 자리를 만드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절반은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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