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소리를 1977년에 만든 사람 — 조르조 모로더
1977년 베를린. 데이비드 보위가 브라이언 이노와 앨범을 만들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이노가 싱글 한 장을 들고 스튜디오로 뛰어 들어와서는 미래의 소리를 들었다고 했답니다. 이 한 곡이 앞으로 15년 동안 클럽 음악의 소리를 바꿔놓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보위가 훗날 직접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 싱글이 도나 서머의 「I Feel Love」입니다. 만든 사람은 뮌헨의 아파트 지하실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이탈리아 사람, 조르조 모로더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DAW에서 당연하게 하는 일, 그러니까 시퀀서로 베이스를 돌리고 그 위에 다른 트랙을 박자에 딱 맞춰 쌓는 일을 대중음악에서 처음 제대로 해낸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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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뮌헨 아파트 지하의 스튜디오 🏢
모로더는 1940년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자락의 작은 마을 오르티세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쓰이는 동네예요. 열다섯 살에 기타를 독학으로 시작했고, 열여덟 살부터는 유럽 곳곳의 클럽을 돌며 연주로 생활했습니다.
베를린을 거쳐 1968년 뮌헨으로 옮긴 뒤에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초, 아라벨라 하우스라는 고층 건물 지하층에 뮤직랜드 스튜디오를 차립니다. 처음에는 16트랙 녹음기 한 대가 들어간 좁은 방이었는데, 1973년에 확장한 뒤로는 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ELO, 퀸이 찾아오는 스튜디오가 됩니다.

뮌헨 아라벨라 하우스. 뮤직랜드 스튜디오는 이 건물 지하층에 있었습니다 / 출처: Rob Oo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모로더가 신시사이저를 처음 만난 것도 이 무렵입니다. 뮌헨의 클래식 작곡가 에버하르트 쇠너가 무그 모듈러를 한 대 갖고 있었어요. 케이블을 꽂아 모듈끼리 직접 이어야 소리가 나는, 벽장만 한 신시사이저입니다. 쇠너가 들려준 건 낮은 음 하나가 30초마다 바뀌는 곡이어서 모로더는 별 감흥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쇠너가 자리를 비우자 조수 로비 베델이 이 기계로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다며 몇 가지를 보여줬어요.
그로부터 2~3주 뒤에 녹음한 곡이 「Son of My Father」(1972)입니다. 모로더 음반 가운데 신시사이저가 들어간 첫 곡이에요. 영국 밴드 치코리 팁이 이 곡을 다시 불러 영국 차트 1위에 올렸습니다.
▶ Giorgio Moroder - Son Of My Father — 후렴 사이에 끼어드는 무그 멜로디. 이때만 해도 신시사이저는 양념이었습니다
다만 그 뒤로 몇 년은 무그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그 한 대뿐이었고, 주인이 대중음악에 쓰이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서 자리를 비울 때 몰래 써야 했거든요.

1979년의 조르조 모로더. 카사블랑카 레코드 홍보 사진입니다 / 출처: Casablanca Records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② 도나 서머, 그리고 16분짜리 디스코 💿
도나 서머는 미국에서 건너온 가수였습니다. 뮤지컬 『헤어』 독일 공연에 출연하러 왔다가 뮌헨에 눌러앉아 코러스 세션을 하고 있었어요. 모로더와 작사가 피트 벨로트가 데모 녹음에 서머를 불렀고, 셋은 그대로 한 팀이 됩니다.
1975년, 서머가 가사 한 줄을 들고 옵니다. 「Love to Love You Baby」. 모로더가 여기에 곡을 썼는데, 발라드와 뮤지컬 넘버를 좋아하던 서머는 속삭이듯 부르는 이 곡을 처음에는 남에게 줄 데모로만 녹음하겠다고 했어요.
테이프를 받은 미국 카사블랑카 레코드의 사장 닐 보가트는 집에서 파티를 하다가 이 곡을 밤새 반복해서 틀었고, 모로더에게 전화를 걸어 앨범 한 면을 다 채울 만큼 길게 늘려 달라고 주문합니다. 일주일 만에 완성한 버전은 16분이 넘었고, 빌보드 핫 100 2위까지 올라갑니다. 디스코 곡을 길게 늘려 내는 관행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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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의 도나 서머 / 출처: Francesco Scavullo, Casablanca Records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③ 「I Feel Love」는 이렇게 녹음했다 🎛️
1977년 앨범 『I Remember Yesterday』에는 콘셉트가 있었습니다. 벨로트의 아이디어로, 곡마다 다른 시대의 음악을 흉내 내는 거예요. 옛 시대 스타일로 시작해 모타운, 디스코를 지나고, 마지막 곡은 미래여야 했습니다. 모로더는 미래의 소리라면 신시사이저뿐이라고 생각했고, 몇 년 만에 다시 무그를 쓰기로 합니다.
로비 베델이 케이스 네 개에 무그 모듈러를 담아 와서 조립했습니다. 곡 전체를 무그로 하겠다는 설명을 들은 베델이 한마디 합니다. 그러려면 무그를 테이프 레코더에 싱크시켜야 한다고요. 모로더와 벨로트는 싱크가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고 해요.
방법은 이랬습니다.
🔹 16번 트랙에 기준 펄스를 먼저 녹음한다 — 일정한 간격으로 찍히는 신호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클릭이자 클록이에요
🔹 그 펄스로 무그의 시퀀서를 돌린다 — 시퀀서는 입력해 둔 음을 순서대로 반복해서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테이프를 처음으로 감아 다시 틀어도 펄스는 같은 자리에서 나오니까, 시퀀서도 같은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 파트를 하나씩 따로 녹음한다 — 베이스를 먼저 받고, 음색을 바꿔서 다음 파트를 받습니다. 몇 번을 겹쳐도 전부 같은 박자에 물립니다
벨로트는 사운드 온 사운드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전까지 신시사이저는 사람이 건반으로 한 줄씩 쳐서 넣는 악기였는데, 이제 기계가 기계 위에 정확히 겹쳐지게 된 겁니다.
녹음기는 스튜더 A80 16트랙이었고, 무그는 마이크 없이 해리슨 콘솔에 라인으로 바로 꽂았습니다. 이펙트는 컴프레서와 초기 렉시콘 리버브 정도, 보컬 마이크는 노이만 U87이었어요.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무그 모듈러는 금방 음정이 틀어져서, 20~30초씩 끊어 녹음하고 다시 튜닝하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하이햇은 무그의 화이트 노이즈를 엔벨로프로 짧게 끊어서 만들었고요.
그럼 사람이 연주한 건 뭘까요. 모로더는 킥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무그로는 만족스러운 킥이 안 나와서 세션 드러머 키스 포시가 직접 밟았다는 거예요. 보컬과 킥, 이 둘을 뺀 전부가 기계였다는 게 흔히 알려진 설명입니다. 다만 벨로트는 베델이 킥까지 무그로 만들었다고 기억하고 있어서,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조금 갈립니다.

1970년대 무그 모듈러 신시사이저. 「I Feel Love」에 쓰인 것과 같은 계열입니다 / 출처: Attila Szász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그리고 그 베이스에는 한 가지 장치가 더 있습니다. 시퀀서가 낸 음 하나하나에 딜레이를 걸어, 원음은 왼쪽 스피커에서, 16분음표 하나만큼(한 박의 4분의 1) 늦은 복사본은 오른쪽에서 나오게 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입력한 것보다 두 배 촘촘하게 들리고, 소리가 좌우로 깜빡입니다. 엔지니어가 딜레이를 실수로 걸었다가 그대로 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도나 서머는 이 반주 위에서 평소의 굵은 흉성 대신 가늘고 높은 두성으로, 한 테이크에 불렀습니다.
정작 만든 사람들은 이 곡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두세 시간 만에 끝낸, 앨범 끝자리를 메우는 곡이었거든요. 벨로트의 회상으로는 앨범을 받아 본 닐 보가트가 곧장 전화를 걸어, 싱글은 이 곡이라며 편집할 곳 세 군데를 짚어줬다고 해요. 그런데도 싱글은 처음에 다른 곡의 B면으로 나갔다가 두 달 뒤에야 A면으로 뒤집혔습니다. 결과는 영국 차트 4주 연속 1위, 빌보드 핫 100 6위였습니다.
④ 모두가 반긴 건 아니었다 🤖
이노처럼 열광한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무그를 만든 로버트 무그 본인이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보컬은 따뜻한데 가수가 시퀀서와 싸우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고, 이걸 무대에서 연주하면 연주자는 대체 뭘 하느냐고도 물었습니다. 기계가 연주를 대신한다는 불편함은 이때부터 있었던 셈이에요.
반대로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온 팀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형제 듀오 스파크스는 그전까지 신시사이저 중심의 음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I Feel Love」를 듣고 모로더에게 프로듀싱을 맡겼어요. 그렇게 나온 곡이 「The Number One Song in Heaven」(197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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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할리우드로 — 오스카 세 개 🎬
「I Feel Love」를 들은 사람 중에 영화감독 앨런 파커가 있었습니다. 파커는 터키 감옥에 갇힌 미국 청년 이야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의 음악을 모로더에게 맡깁니다. 영화음악이라면 오케스트라가 당연하던 때였는데, 모로더는 신시사이저 시퀀스로 밀어붙였고 이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습니다.
▶ Giorgio Moroder - Chase —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테마. 베이스 시퀀스 하나가 8분 넘게 곡을 끌고 갑니다
그다음은 리처드 기어 주연의 『아메리칸 지골로』(1980)입니다. 모로더는 블론디의 데비 해리에게 연주곡 데모를 건넸고, 해리는 영화 첫 장면을 떠올리며 몇 시간 만에 가사를 썼다고 해요. 그 곡이 「Call Me」입니다. 빌보드 핫 100에서 6주 연속 1위를 했고, 그해 연간 1위 싱글이 됐습니다.
녹음 뒷이야기에도 싱크가 등장합니다. 당시 엔지니어였던 하롤트 팔터마이어의 회상에 따르면, 반주는 영화 화면과 맞도록 타임코드에 물려 먼저 녹음해 둔 상태였습니다. 블론디 멤버들이 자기 파트를 직접 연주하겠다고 나섰지만 싱크에 맞추는 데 애를 먹었고, 결국 모로더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자기 연주자들과 마무리했어요.
▶ Blondie - Call Me — 기타가 앞에 나와 있지만 밑에서 곡을 미는 건 여전히 반복되는 시퀀스입니다
1983년에는 두 편이 나옵니다. 『플래시댄스』의 주제가 「Flashdance... What a Feeling」은 그에게 두 번째 오스카(주제가상)를 안겼습니다. 같은 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스카페이스』는 음악 전곡을 모로더가 쓰고 프로듀싱했어요.
▶ Irene Cara - Flashdance... What a Feeling — 조용한 신스 패드로 시작해 후렴에서 터지는 구성
▶ Giorgio Moroder - Tony's Theme — 『스카페이스』의 주인공 테마. 느리고 어두운 신스 영화음악의 표본 같은 곡입니다
세 번째 오스카는 『탑건』(1986)입니다. 로맨스 장면에 쓸 느린 곡을 주문받은 모로더는 반주부터 만들어 작사가 톰 휘틀록에게 넘겼어요. 휘틀록은 원래 자동차 정비사였는데, 모로더의 페라리 브레이크를 고쳐주다가 자기도 가사를 쓴다고 말을 꺼낸 게 인연이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나온 곡이 미국 밴드 베를린이 부른 「Take My Breath Away」입니다. 모로더는 자기가 만든 곡 가운데 이 곡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 Berlin - Take My Breath Away — 첫 음부터 나오는 미끄러지는 신스 베이스가 곡의 얼굴입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사람이 모로더예요. 영어 가사는 「Take My Breath Away」의 톰 휘틀록이, 한국어 가사는 김문환이 썼고, 코리아나가 불렀습니다.
▶ 코리아나 - 손에 손잡고 — 서울 올림픽 개막식 무대
⑥ 다프트 펑크가 마이크 세 대를 세운 이유 🎙️
1990년대 들어 모로더는 음악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1992년 앨범을 마지막으로 20년 넘게 새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어요.
그를 다시 불러낸 건 다프트 펑크였습니다. 2013년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를 준비하던 두 사람은 모로더에게 연주도 작곡도 부탁하지 않았어요.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달라고만 했습니다. 모로더는 자기 말이 어떻게 쓰일지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부스에 들어간 모로더는 마이크가 여러 대 서 있는 걸 보고, 하나가 고장 날 때를 대비한 건가 했답니다. 그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로는 세 대였습니다. 1960년대 것, 1970년대 것, 그리고 요즘 것. 어린 시절 이야기는 옛날 마이크로, 한창 일하던 시절 이야기는 70년대 마이크로, 미래 이야기는 지금 마이크로 받겠다는 게 엔지니어의 설명이었어요. 그 차이를 누가 알아듣겠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 걸작입니다. 「토마는 압니다.」 다프트 펑크의 토마 방갈테르 말이에요.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고, 그렇게 받은 이야기를 편집해 만든 곡이 「Giorgio by Moroder」입니다. 9분짜리 곡 위에서 일흔을 넘긴 모로더가 클럽을 돌던 시절과 「I Feel Love」를 만들던 날을 이야기해요. 그가 클릭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곡에 실제로 클릭 소리가 들어옵니다. 이 앨범은 2014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고, 참여한 모로더도 함께 수상했습니다.
▶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 1분 50초쯤, 이름을 말한 직후 터져 나오는 아르페지오
▶ Daft Punk - The Collaborators: Giorgio Moroder — 모로더가 마이크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공식 인터뷰 영상

2013년의 다프트 펑크 / 출처: Sony Music Entertainment /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
모로더는 이 곡을 계기로 현역으로 돌아옵니다. DJ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솔로 앨범 『Déjà Vu』를 냈어요. 2016년에는 씨스타의 「One More Day」를 프로듀싱하기도 했습니다.
▶ 씨스타 × Giorgio Moroder - One More Day — 76세의 모로더가 만든 K-POP 싱글
⑦ 그 베이스는 어디로 흘러갔나 🌊
롤링 스톤은 2022년에 「I Feel Love」를 역대 댄스곡 200선의 1위로 꼽았습니다.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1980년대가 시작된 지점을 한 곡으로 짚으라면 이 곡이라고 썼고요. 영향이 닿은 곳을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 하이에너지(Hi-NRG) — 1970년대 말~80년대 초 게이 클럽을 중심으로 퍼진 빠른 디스코입니다. 옥타브를 오르내리는 16분음표 시퀀스 베이스가 특징인데, 그 원형이 모로더의 베이스예요
🔹 이탈로 디스코 —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쏟아진 신시사이저 디스코. 오케스트라 없이 시퀀서와 신시사이저만으로 댄스 음악이 된다는 걸 「I Feel Love」가 먼저 보여줬습니다
🔹 신스팝·뉴웨이브 — 블론디, 스파크스처럼 록 쪽에 있던 팀들이 시퀀서를 받아들였습니다
🔹 하우스·테크노·트랜스 — 반복되는 신스 루프에 4분음표 킥과 엇박 하이햇을 얹는 구성은 10년 뒤 시카고와 디트로이트에서 표준이 됩니다
🔹 신스웨이브 —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1980년대 영화음악의 질감을 되살리는 장르입니다. 본보기로 삼는 그 시절 사운드트랙 한복판에 『스카페이스』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가 있어요
⑧ 내 DAW에서 모로더 베이스 만들기 🎹
1977년에는 무그 모듈러 한 벽과 테이프 레코더, 그걸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DAW 기본 신시사이저와 딜레이 하나면 됩니다.
🔹 1. 템포는 126 안팎 — 원곡이 126.5BPM 정도로 측정됩니다. 120~130 사이면 느낌이 납니다
🔹 2. 음색은 톱니파 하나에서 출발 — 모노 신시사이저에서 톱니파 오실레이터를 켜고, 펄스파를 하나 더 섞어도 좋습니다. 디튠은 거의 주지 않아요. 딱딱 끊어지는 소리가 목표입니다
🔹 3. 필터와 엔벨로프는 짧게 — 로우패스 필터를 절반쯤 닫고, 필터 엔벨로프의 디케이를 짧게 줘서 음마다 「뽁」 하고 열렸다 닫히게 합니다. 앰프 엔벨로프도 서스테인 0, 릴리스는 최소로 둡니다
🔹 4. 8분음표로 한 마디를 찍는다 — 근음, 5도, 7도, 옥타브 정도만 오가는 패턴이면 충분합니다. 벨로시티와 길이는 전부 똑같이 맞추세요. 여기서는 기계적인 입력이 정답입니다
🔹 5. 딜레이를 센드로 건다 — 딜레이 타임은 16분음표, 피드백 0, 웨트 100%. 반복 없이 딱 한 번만 따라붙게 합니다
🔹 6. 원음은 왼쪽, 딜레이는 오른쪽으로 팬 — 이 순간 8분음표 패턴이 16분음표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벌리면 헤드폰에서 어지러우니 70~80% 정도에서 조절하세요
🔹 7. 코드가 바뀌면 패턴을 통째로 옮긴다 — 음을 새로 찍지 말고 같은 클립을 트랜스포즈합니다. 모로더도 같은 패턴의 조만 일정한 간격으로 바꿔서 변화를 만들었어요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좌우로 벌린 베이스는 휴대폰 스피커나 클럽 시스템처럼 모노로 합쳐지는 환경에서 소리가 달라져요. 그래서 저역은 가운데에 따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미디를 복사해 서브 베이스로 한 옥타브 아래를 가운데에서 받치고, 좌우로 깜빡이는 쪽은 로우컷을 해두면 됩니다.
모듈러 소리 자체가 궁금하다면 무그 모듈러를 복각한 Arturia Modular V 같은 플러그인이 있습니다. 다만 이 베이스의 핵심은 악기 값이 아니라 짧은 음, 일정한 세기, 한 번짜리 딜레이라는 세 가지 조건입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Q. 「I Feel Love」가 신시사이저만으로 만든 최초의 곡인가요?
A. 아닙니다. 전자음만으로 음반을 만든 사람은 그전에도 있었어요. 이 곡이 처음 해낸 건 시퀀서로 반복시킨 신스 베이스, 4분음표 킥, 엇박 하이햇을 댄스 플로어용 팝 싱글에 한꺼번에 담아 히트시킨 것입니다. 실험이 아니라 차트 1위로 증명했다는 점이 달랐어요.
Q. 정말 전부 기계가 연주했나요?
A. 보컬을 빼면 거의 그렇습니다. 모로더의 설명으로는 킥만 드러머가 쳤고, 나머지는 무그 시퀀서가 돌렸어요. 다만 기계가 알아서 한 건 아닙니다. 음정이 계속 틀어져서 20~30초마다 멈추고 다시 맞춰가며 녹음했습니다.
마무리
이노가 들고 뛰어온 그 싱글은, 만든 사람들에게는 두세 시간 만에 끝낸 앨범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미래를 만들겠다고 덤빈 게 아니라 「미래풍으로 한 곡」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 한 곡을 위해 고른 방법, 그러니까 기준 신호를 먼저 깔고 그 위에 기계를 겹겹이 물리는 방식이 그 뒤 반세기 가까이 음악을 만드는 기본 절차가 됐습니다.
지금 DAW를 열면 재생 버튼 옆에 템포 숫자가 있고, 어떤 트랙을 얹어도 박자가 맞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기능이라고 느끼지도 못하는 그 한 줄이, 1977년 뮌헨의 지하 스튜디오에서는 16번 트랙에 녹음한 펄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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