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어떤 마이크로 녹음했을까 — 뮤지션 21팀의 마이크
녹음실에서 엔지니어가 비요크에게 비싼 노이만 콘덴서 마이크를 건넵니다. 비요크는 거기에 대고 딱 두 음절을 불러보더니 마이크를 돌려줍니다. 그리고 늘 쓰던 걸 다시 손에 쥡니다. 공연장에서 흔히 보는 슈어 SM58, 10만 원대 핸드 마이크예요.
뮤지션들의 마이크 이야기는 대개 이런 식입니다. 수천만 원짜리 빈티지 진공관 마이크로 녹음한 명곡도 있고, 라디오 방송용 마이크나 공연용 막마이크로 녹음한 명곡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유명 뮤지션들이 실제로 어떤 마이크 앞에서 불렀는지 최대한 많이 모아봤습니다. 대부분 엔지니어나 프로듀서가 인터뷰에서 직접 말한 것이고, 근거가 약한 건 따로 그렇다고 적었어요.
① 먼저, 마이크는 세 종류 🎙️
이름이 많이 나오니까 큰 갈래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 다이내믹 — 진동판에 붙은 코일이 자석 안에서 움직이며 소리를 전기로 바꿉니다. 튼튼하고 큰 소리에 강해요. 공연장 마이크는 대부분 이쪽입니다
🔹 콘덴서 — 얇은 막과 금속판 사이의 전기 용량이 바뀌는 걸 이용합니다. 팬텀 파워나 진공관 전원이 필요하고, 숨소리까지 예민하게 잡아요. 녹음실 보컬 마이크 하면 떠오르는 큰 마이크들이 이쪽입니다
🔹 리본 — 자석 사이에 매단 아주 얇은 금속 리본이 떨리는 방식입니다. 고음이 부드럽고 순해요. 1930~50년대 방송국과 녹음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② 진공관 콘덴서의 시대 — 노이만 U47과 친구들 📻
🔹 프랭크 시나트라 — 노이만 U47
1956년 앨범 『Songs for Swingin' Lovers!』에 실린 「I've Got You Under My Skin」. 시나트라는 현악 16명, 금관 8명, 색소폰 5명, 리듬 섹션 4명과 한 방에서 동시에 불렀습니다. 캐피톨 스튜디오 A였어요.
엔지니어 존 팔라디노가 사운드 온 사운드에 남긴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전에는 RCA 44 리본 마이크를 썼는데, U47로 바꾸자 그동안 원하던 소리가 갑자기 나왔다고 해요. 중고역이 밝아졌고, 지향성 덕분에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묻히지 않았습니다. 이 곡은 22테이크까지 갔다고 합니다.
▶ Frank Sinatra - I've Got You Under My Skin — 큰 편성 위로 목소리만 또렷하게 떠 있는 소리

노이만 U47. 1949년에 나온 진공관 콘덴서 마이크입니다 / 출처: CJ Sorg /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 Telefunken U47 (현행 복각판) — 기어라운지
🔹 비틀스 — 노이만 U47·U48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도 보컬 마이크는 U47 계열이었습니다. 마이크 제작자 존 페루소는 비틀스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거의 모든 곡의 노래를 U47로 불렀다고 말합니다. 조지 마틴은 U47의 형제 모델인 U48도 많이 썼어요. U48은 U47과 거의 같은 마이크인데, 지향성 선택지가 무지향 대신 양지향으로 바뀐 모델입니다. 다만 곡마다 어떤 마이크였는지까지 정리된 공식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 The Beatles - Twist and Shout — 레논이 목이 다 쉰 채 마지막에 부른 그 보컬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전시된 마이크들. 가운데에 U47과 U48이 있습니다 / 출처: Josephenus P. Riley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아델 — 로데 클래식 II, 그리고 U47
「Rolling in the Deep」의 보컬은 원래 데모용으로 녹음한 겁니다. 프로듀서 폴 엡워스의 런던 작업실에서 로데 클래식 II 진공관 마이크로 받았어요. 엡워스는 완성본 보컬이 전부 데모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곡 앞에 들리는 아델의 웅얼거리는 카운트까지 그대로 남겼고요.
몇 년 뒤 『25』의 「Hello」는 노이만 U47이었습니다.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이 인터뷰에서 밝힌 체인은 U47 → 니브 1073 프리앰프 → LA-2A 컴프 → 아포지 오디오 인터페이스 → 커스틴의 노트북이에요. 녹음 때는 아델과 커스틴 둘만 방에 있었다고 합니다.
▶ Adele - Rolling in the Deep — 데모 보컬이 그대로 완성본이 된 곡
▶ Adele - Hello — U47 앞에서 부른 첫 소절
🔹 테일러 스위프트 — 노이만 U47
코로나 시기에 만든 『folklore』(2020)는 스위프트와 프로듀서들이 각자 집에서 파일을 주고받으며 만들었습니다. 스위프트는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옆 침실에 U47을 세워두고 보컬을 녹음했어요. 곧이어 나온 『evermore』는 롱 폰드 스튜디오에서 텔레풍켄 U47로 불렀습니다. 텔레풍켄은 U47을 처음 유통하던 회사 이름이고, 지금은 그 이름을 이어받은 회사가 복각판을 만듭니다. 엔지니어 조너선 로우는 스위프트가 몇 테이크 만에 완성본 같은 소리를 낸다고 했습니다.
▶ Taylor Swift - cardigan — 집 침실에서 U47로 부른 보컬
🔹 존 메이어 — U47, 그리고 알 그린의 RCA 77
『Continuum』(2006)의 보컬은 대부분 U47이었습니다. 엔지니어 채드 프랜스코비악이 믹스 매거진에서 밝힌 이야기예요. 그런데 한 곡은 다른 마이크였습니다. 멤피스의 로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I'm Gonna Find Another You」는 알 그린이 쓰던 RCA 77 리본 마이크로 받았다고 해요.
로열 스튜디오는 알 그린이 「Let's Stay Together」를 녹음한 곳입니다. 존 메이어가 거기까지 가서 그 마이크를 쓴 이유는 들어보면 바로 와닿아요. 고음이 둥글게 깎인, 옛날 소울 보컬 같은 소리입니다.
▶ John Mayer - I'm Gonna Find Another You — 리본 마이크 특유의 둥근 보컬
▶ Al Green - Let's Stay Together — 같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원조 소리

RCA 77-DX 리본 마이크 / 출처: Jacob Blickenstaff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③ U47 말고도 — C12, C414, U67, 251 🎚️
🔹 휘트니 휴스턴 — AKG C12
「I Will Always Love You」(1992)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가 진행했습니다. 휴스턴은 두 번 불렀고, 포스터는 첫 테이크를 골랐어요. 이때 쓴 마이크가 AKG C12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음악 잡지 뮤직 커넥션이 이 마이크를 사들인 스튜디오를 소개하면서 쓴 내용인데, 엔지니어 본인의 증언은 아니라서 확정된 사실로 보긴 어렵습니다.
▶ Whitney Houston - I Will Always Love You — 반주 없이 시작하는 첫 소절

AKG C12VR(C12 복각판, 왼쪽)과 C414(오른쪽) / 출처: Hens Zimmerman from Zeist, The Netherlands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Telefunken C12 (C12 현행 복각판) — 기어라운지
🔹 프레디 머큐리 — AKG C414 EB, 무대에선 슈어 565
1980년대 퀸은 독일 뮌헨의 뮤직랜드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여러 장 만들었습니다. 그때 프로듀서 라인홀트 맥이 프레디의 리드와 코러스에 쓴 마이크가 AKG C414 EB예요. 이 마이크는 2026년 10월 영국 경매에 출품됐는데, 「One Vision」 뮤직비디오에도 화면에 잡힙니다.
무대 마이크는 달랐습니다. 프레디가 라이브 에이드에서 쥐고 있던 건 흔히 생각하는 SM58이 아니라 슈어 565 유니스피어 I입니다. 슈어가 공식 블로그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에요.
▶ Queen - One Vision — 뮤직비디오 속 스튜디오 장면에 C414가 보입니다
▶ Queen - Radio Ga Ga — 웸블리 관객 전체가 따라 한 박수, 프레디 손에 들린 565

AKG C414 / 출처: Iain Fergusson / CC BY 2.5 via Wikimedia Commons

슈어 565 유니스피어. 우드스톡에서 쓰인 실물입니다 / 출처: Jud McCranie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커트 코베인 — 노이만 U67, 그리고 EV PL20
『Nevermind』(1991)의 보컬은 노이만 U67에 LA-2A 컴프를 걸어 테이프로 바로 받았습니다. 프로듀서 부치 빅이 사운드 온 사운드에서 밝힌 내용이에요. 인터넷에 「U87이었다」는 말이 돌지만, 빅이 U87을 말한 건 「Lithium」의 기타 앰프 쪽입니다.
2년 뒤 스티브 알비니가 녹음한 『In Utero』는 일렉트로보이스 PL20 다이내믹 마이크였습니다. 방송용 RE20과 거의 같은 마이크예요. 알비니는 나중에 이 마이크를 경매에 내놓으면서, 이제 마이크가 아니라 유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 Nirvana - Smells Like Teen Spirit — U67로 받은 보컬
▶ Nirvana - Heart-Shaped Box — PL20 앞에서 부른 『In Utero』

일렉트로보이스 RE20. PL20은 이 마이크의 색만 다른 형제입니다 / 출처: Binksternet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Electro-Voice RE20 — 일렉트로보이스 공식
🔹 비욘세 — 텔레풍켄 ELA M 251
비욘세의 엔지니어 스튜어트 화이트는 2012년부터 줄곧 텔레풍켄 251로 녹음합니다. 예전 세션이 전부 251이라서, 나중에 한 소절만 다시 받아 펀치인해도 소리가 그대로 붙기 때문이라고 해요. 콜드플레이 「Hymn for the Weekend」에 피처링할 때도 비욘세는 251을 원했습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 릭 심슨의 말입니다.
🛒 Telefunken ELA M 251E — 기어라운지
▶ Coldplay - Hymn for the Weekend — 곡 곳곳에 겹쳐 들어오는 비욘세의 목소리
④ 힙합·요즘 팝 — C800, U87 Ai, 그리고 케데헌 🎧
🔹 에미넴 — 소니 C800
에미넴의 『Recovery』(2010)를 녹음한 엔지니어 마이크 스트레인지는 보컬 체인이 소니 C800에 아발론 737 프리앰프였다고 밝혔습니다. 닥터 드레가 쓰는 마이크이고, 에미넴도 계속 이걸 써왔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너무 자주 써서 금방 망가지기 때문에 여러 대를 둔다는 대목입니다.
소니 C-800G는 1992년에 나온 진공관 콘덴서 마이크입니다. 소니 공식 역사 페이지에는 이 마이크를 쓴 R&B·힙합 스타 이름이 줄줄이 나와요. 요즘 사례로는 폴로 지가 있습니다. 엔지니어 토드 허트는 「RAPSTAR」가 실린 앨범의 보컬을 C-800G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 Sony C-800G (C800G PAC) — 기어라운지
▶ Eminem - Not Afraid — C800으로 받은 『Recovery』의 대표곡
▶ Polo G - RAPSTAR — 요즘 힙합 보컬의 C-800G 소리
🔹 퓨처 — 노이만 U87 Ai
U87은 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마이크입니다. 퓨처 쪽은 아예 이걸 녹음 조건으로 걸었어요. 엔지니어 세스 퍼킨스는 「Draco」 작업 때 어느 스튜디오에 가든 U87 Ai를 요청하고, 없으면 다른 스튜디오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체인은 U87 Ai → 니브 1073 → 튜브테크 CL 1B였습니다.
▶ Future - Draco — 오토튠 너머로 들리는 단단한 중역

노이만 U87 / 출처: Michael Rhys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Neumann U 87 Ai Studio Set — 기어라운지
🔹 『케이팝 데몬 헌터스』 — 251과 U87을 나란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은 한국·LA·뉴욕·태국·런던에서 1년 반 동안 녹음했습니다. 믹스를 맡은 커티스 더글러스에 따르면 보컬의 80% 정도는 텔레풍켄 251과 U87을 나란히 세워두고 받았어요. 251은 팝 보컬의 「성배」, U87은 실패할 일이 없는 보험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만 어느 곡이 어느 마이크였는지까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 HUNTR/X - Golden —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가사 영상
🔹 빌리 아일리시 — AT2020 → TLM 103 → 251
빌리 아일리시가 쓴 마이크를 순서대로 놓으면 그대로 성장 기록이 됩니다. 데뷔곡 「ocean eyes」는 피니어스가 오디오테크니카 AT2020으로 받았어요. 10만 원 남짓한 입문용 콘덴서입니다.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노이만 TLM 103이었습니다. 피니어스는 사운드 온 사운드에서 TLM 103을 누구에게나 추천한다고 했어요. 2집 『Happier Than Ever』 무렵에는 텔레풍켄 251로 바꿨다고 합니다.
▶ Billie Eilish - ocean eyes — 입문용 AT2020으로 시작한 데뷔곡
▶ Billie Eilish - bury a friend — 침실에서 TLM 103으로 부른 1집 수록곡

노이만 TLM 103 / 출처: Tiago Cassol Schvarstzhaupt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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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 시런 — sE Z3300a
에드 시런의 데뷔 앨범 『+』(2011)의 메인 보컬은 거의 다 sE 일렉트로닉스 Z3300a였습니다. 프로듀서 제이크 고슬링이 사운드 온 사운드에서 밝혔어요. 명기가 아니라 중저가 콘덴서입니다. 『÷』 때는 빈티지 U47이나 손트로닉스 아리아를 썼다고 엔지니어 조 루벨이 말했습니다.
▶ Ed Sheeran - The A Team — 중저가 콘덴서로 받은 데뷔곡
⑤ 다이내믹 마이크로 부른 명곡 🔊
🔹 마이클 잭슨 — 슈어 SM7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은 마이클 잭슨의 리드 보컬 대부분을 슈어 SM7으로 받았습니다. 「Billie Jean」, 『Bad』의 「The Way You Make Me Feel」까지요. SM7은 원래 라디오 방송용으로 나온 다이내믹 마이크라, 큰 앨범에 쓰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스웨디언 본인이 말했습니다. 위키백과는 「P.Y.T.」 보컬이 SM7 하나로만 녹음됐다고 적고 있어요.
같은 「Billie Jean」에서 바이올린은 AKG C414 EB로 받았습니다. 한 곡 안에서도 마이크를 그렇게 나눠 썼어요.
▶ Michael Jackson - Billie Jean — SM7으로 받은 리드 보컬

슈어 SM7 / 출처: The Midnite Wolf / CC0 via Wikimedia Commons
🔹 두아 리파 — SM7을 손에 들고
「Don't Start Now」(2019)의 프로듀서 이언 커크패트릭은 두아 리파가 자기 작업실에서 텔레풍켄 251이나 SM7으로 녹음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의 보컬은 상당 부분이 SM7을 손에 들고 부른 것이라고 했어요. 스탠드에 고정된 마이크 앞보다 손에 들 때 더 편하게 부르는 가수들이 있습니다.
▶ Dua Lipa - Don't Start Now — 손에 든 SM7으로 받은 보컬
🔹 프린스 — 젠하이저 MD 441
「Kiss」(1986)의 엔지니어 데이비드 Z는 당시 프린스가 젠하이저 MD 441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프린스는 컨트롤룸 콘솔 바로 옆에 마이크를 세워두고 혼자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엔지니어 수전 로저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신호 경로만 만들어두고 방을 비워주면, 프린스가 혼자 보컬을 녹음했다고요.
▶ Prince and the Revolution - Kiss — 컨트롤룸에서 MD 441로 부른 보컬

젠하이저 MD 441 / 출처: Roadside Guitars /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 보노(U2) — 슈어 SM58
『Achtung Baby』(1991)의 엔지니어 로비 애덤스는 보노의 보컬을 대부분 SM58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보노는 헤드폰 대신 크게 튼 모니터 스피커 앞, 컨트롤룸에서 불렀어요. 스피커 소리가 마이크에 같이 들어가도 노래가 더 중요하다는 쪽이었습니다. 『Pop』(1997)의 프로듀서 플러드도 「보노 보컬은 늘 그렇듯 전부 SM58」이라고 했습니다.
▶ U2 - One — 『Achtung Baby』, SM58로 받은 보컬

슈어 SM58. 1966년에 나온 공연용 보컬 마이크입니다 / 출처: ChrisHH /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비요크 — SM58, 그리고 251
처음 장면의 주인공입니다. 『Volta』와 『Biophilia』를 녹음한 엔지니어 데미언 테일러에 따르면, 비요크는 몇 년째 손에 든 SM58을 고집했어요. 헤드폰 없이 컨트롤룸 스피커로 반주를 들으며 부릅니다. 그런데 『Vulnicura』(2015) 때는 텔레풍켄 251에 니브 1081 프리앰프였습니다. 엔지니어 크리스 엘름스의 말이에요. 고집하는 마이크가 있어도 앨범마다 바뀌기도 하는 겁니다.
▶ Björk - Crystalline — 『Biophilia』, 손에 든 SM58로 부른 보컬
▶ Björk - Lionsong — 『Vulnicura』, 251로 받은 보컬
🔹 브루스 스프링스틴 — 슈어 SM57 두 대
『Nebraska』(1982)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뉴저지 집 침실에서 녹음한 앨범입니다. 장비는 슈어 SM57 두 대와 티악 144 포타스튜디오(4트랙 카세트 녹음기)가 전부였어요. 원래 밴드와 다시 녹음하려던 데모였는데, 밴드 버전이 데모만 못해서 이 카세트가 그대로 앨범이 됐습니다.
▶ Bruce Springsteen - Atlantic City — SM57과 카세트 4트랙으로 만든 앨범의 대표곡

슈어 SM57. 악기용으로 더 유명한, SM58의 형제 마이크입니다 / 출처: E bailey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⑥ 리본 마이크는 지금도 현역 🎸
🔹 롤링 스톤스 — 로이어 R-121
리본 마이크는 요즘 기타 앰프 앞에서 더 자주 봅니다. 『Hackney Diamonds』(2023)의 「Rolling Stone Blues」에서 키스 리처즈는 깁슨 L-5 기타에 픽업을 달아 펜더 트윈 앰프로 쳤습니다. 엔지니어 폴 라말파는 그 앰프에 노이만 U67과 로이어 R-121을 같이 댔다고 했어요. 리본은 고음을 순하게 받아서, 기타의 날카로운 부분이 덜 거슬립니다.
▶ The Rolling Stones - Rolling Stone Blues — 앰프 앞 U67과 R-121로 받은 기타

로이어 R-121 / 출처: Todd Williams / CC0 via Wikimedia Commons
⑦ 같은 마이크 사면 같은 소리가 날까 🤔
여기까지 읽으면 U47이나 251을 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사례를 다시 보면 답이 보여요.
시나트라와 테일러 스위프트는 둘 다 U47이었지만 소리가 전혀 다릅니다. 같은 SM58인데 보노는 거칠고 굵게, 비요크는 가늘고 날카롭게 들려요. 마이크보다 먼저 목소리가 다르고, 그다음은 어디서 불렀느냐입니다. 보노·비요크·프린스는 부스가 아니라 컨트롤룸에서 불렀어요. 이어서 프리앰프, 컴프, 그리고 수십 테이크 중 무엇을 골랐느냐가 따라옵니다.
「Rolling in the Deep」이 좋은 예입니다. 마이크는 빈티지 명기가 아니었고, 녹음도 데모였어요. 그래도 그 보컬이 완성본이 된 건 그날 그 테이크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이크가 상관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좋은 엔지니어들이 마이크를 고르는 기준은 대개 하나예요. 이 목소리에 맞느냐. 에미넴은 C800, 마이클 잭슨은 SM7, 비요크는 SM58이었던 것처럼요.
자주 나오는 질문
Q. 홈 레코딩용 첫 마이크는 뭘 사야 하나요?
A. 이 글에 나온 사례만 봐도 범위가 넓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AT2020으로 시작했고, 스프링스틴은 SM57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방 울림이 많은 집이라면 주변 소리를 덜 받는 다이내믹(SM58·SM7B)이, 조용하고 흡음이 된 방이라면 콘덴서가 편합니다. 비싼 마이크보다 방부터 정리하는 게 소리 차이가 더 큽니다.
Q. SM7B는 왜 그렇게 인기인가요?
A.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이야기가 한몫했다는 말이 많습니다. 실제로도 방 울림을 덜 받고, 입을 가까이 대고 불러도 소리가 크게 무너지지 않아서 집에서 쓰기 편해요. 다만 출력이 작아서 게인을 많이 올려야 합니다. 프리앰프가 약한 인터페이스면 잡음이 같이 올라올 수 있어요.
Q. 빈티지 U47과 지금 나오는 복각판은 다른가요?
A. 다릅니다. 진짜 1950년대 U47은 매물 자체가 드물고, 진공관 같은 부품도 구하기 어려워요. 개체마다 소리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텔레풍켄 같은 회사들이 옛 설계를 따라 복각판을 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evermore』가 그 복각판 U47로 녹음됐어요.
Q. 공연용 마이크로 녹음해도 되나요?
A. 됩니다. 보노와 비요크가 증명했어요. 다이내믹 마이크는 주변 소리를 덜 받아서, 헤드폰 없이 스피커를 틀어놓고 불러도 녹음이 됩니다. 마이크를 손에 쥐어야 노래가 나오는 가수라면 그쪽이 오히려 맞습니다.
마무리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 볼게요. 비싼 노이만을 두 음절 만에 돌려주고 SM58을 집어 든 비요크.
비요크가 그 마이크를 고른 건 값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쥐었을 때 노래가 제일 잘 나왔기 때문이에요. 시나트라에게는 오케스트라를 뚫는 U47이, 마이클 잭슨에게는 방송용 SM7이, 빌리 아일리시에게는 처음엔 AT2020이 그런 마이크였습니다.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그 곡의 보컬 마이크를 한번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수수한 마이크인 경우가 많아서, 내 방에 있는 마이크가 다시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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