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저장한 첫 폴리 신스 — 시퀀셜 프로펫-5 이야기
1977년의 어느 공연장. 한 곡이 끝나고 박수가 나오는 동안 건반 주자는 고개를 숙이고 노브를 돌립니다.
필터는 이만큼, 레조넌스는 저만큼, 엔벨로프는 이 정도. 다음 곡 소리를 만들려면 노브 수십 개를 다시 맞춰야 했어요. 위치를 종이에 적어두거나 패널 그림에 연필로 표시해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리허설 때 만든 소리가 그대로 다시 나온다는 보장은 없었고요.
지금은 신스를 켜면 프리셋 목록부터 뜹니다. 소리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건 너무 당연해서 기능이라고 부르지도 않죠.
그 당연한 일을 폴리 신스에서 처음 해낸 기계가 시퀀셜 서킷의 프로펫-5(1978)입니다. 이 기계를 만든 데이브 스미스는 몇 년 뒤 MIDI를 세상에 내놓는 일까지 앞장서게 됩니다.
① 노브가 곧 기억이던 시절 🎛️
프로펫-5 이전의 신디사이저에서는 패널의 노브 위치가 곧 소리였습니다. 다른 소리를 내려면 노브를 다시 돌려야 했어요. 기계 안에 소리를 담아둘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풍경이 흔했습니다.
🔹 패치 시트 — 패널 모양을 인쇄한 종이에 노브 위치를 그려 넣어 보관했습니다
🔹 곡마다 신스 한 대 — 돈이 있으면 소리별로 기계를 따로 세팅해 무대에 늘어놓았습니다
🔹 곡 사이의 공백 — 돈이 없으면 곡과 곡 사이에 노브를 돌렸습니다
문제는 똑같이 돌려도 똑같은 소리가 안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날로그 회로는 온도에 따라 음정이 흔들리고, 노브를 1mm만 다르게 돌려도 소리가 달라집니다. 녹음 때 만든 소리를 공연에서 그대로 재현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핑크 플로이드의 리처드 라이트가 1980년 투어에서 쓴 프로펫-5. 곡별 설정을 손으로 적은 메모가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 출처: Michele Brina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②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신스에 넣자 💡
데이브 스미스는 UC 버클리에서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였습니다. 1972년에 미니무그를 산 뒤 직접 시퀀서를 만들었고, 1974년에 그걸 팔려고 시퀀셜 서킷을 차립니다.
당시 스미스는 회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그때 막 나온 신기술이었어요. 그는 이걸 신디사이저 칩과 합치면 소리를 저장하는 신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뛰어들지는 않았어요. 무그나 ARP 같은 큰 회사가 곧 내놓겠지 싶었던 거죠. 기다려도 아무도 안 내놓자, 1977년 초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에만 매달립니다. 함께한 사람이 사운드 디자이너 존 보웬입니다.
처음 만든 건 10보이스짜리였습니다. 그런데 회로가 불안정했고 금방 과열돼서 음정이 틀어졌어요. 그래서 회로를 절반으로 덜어냈고, 보이스가 다섯 개가 됐습니다. 이름이 프로펫-5가 된 이유예요.
안에 들어간 두뇌는 자일로그 Z80 마이크로프로세서입니다. Z80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 소리 기억 — 노브와 스위치 값을 숫자로 바꿔 메모리에 저장하고, 불러올 때 그 값대로 회로를 다시 세팅합니다
🔹 튜닝 유지 — 아날로그 오실레이터의 음정이 틀어지지 않게 계속 잡아줍니다
🔹 보이스 배분 — 누른 건반을 다섯 보이스 중 어디에 보낼지 정합니다
저장할 수 있는 소리는 40개였습니다. 공장에서 넣어 둔 40개 음색은 존 보웬이 만들었어요. 지금 우리가 「프리셋」이라고 부르는 것의 출발점입니다.
스미스는 1978년 1월 NAMM 쇼에서 프로펫-5를 처음 공개했고, 그해 안에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가격은 3,995달러. 결코 싼 기계가 아니었는데 반응은 바로 왔습니다. 사운드 온 사운드에 따르면 핑크 플로이드가 여덟 대를 샀고, 아바는 열한 대를 주문했다고 해요.

시퀀셜 서킷 프로펫-5. 5보이스, 보이스당 오실레이터 2개, 61건반 / 출처: Felix2036 at Dutch Wikipedia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③ Rev1 · Rev2 · Rev3 — 같은 이름, 다른 소리 🔧
오리지널 프로펫-5는 1978년부터 1984년까지 만들어졌고, 그 사이 세 번 크게 바뀌었습니다. 중고 시장에서 지금도 「몇 Rev냐」를 먼저 묻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 Rev1 — 일단 팔아서 회사를 굴리려고 서둘러 만든 초기형입니다. 손으로 조립했고 182대만 나왔습니다
🔹 Rev2 — 더 튼튼하게 다시 설계했고, 카세트테이프에 패치를 백업하는 기능이 들어갔습니다
🔹 Rev3 — 소리를 만드는 칩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6,000대 가까이 만들어져 가장 흔한 버전입니다
핵심은 칩입니다. Rev1과 Rev2는 SSM(솔리드 스테이트 뮤직)의 칩을, Rev3는 더그 커티스가 만든 커티스(CEM) 칩을 썼어요. 오실레이터, 필터, 엔벨로프가 전부 바뀌었으니 사실상 다른 회로입니다.
평가는 지금도 갈립니다. Rev3는 튜닝이 안정적이고 고장이 적어서 무대에서 믿고 쓸 만한 버전이에요. 후기 Rev3는 패치 저장 공간도 120개로 늘었고, MIDI 개조도 됐습니다. 대신 소리가 조금 얇고 차갑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운드 온 사운드도 앞선 모델에 비하면 살짝 차갑고 개성이 덜하다고 평했어요. 반대로 SSM 칩을 쓴 Rev2 이전 모델은 거칠고 살아 있는 소리로 지금도 따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격도 올랐습니다. Rev3는 4,595달러였어요.
프로펫-5에는 폴리 모드(Poly-Mod)라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필터 엔벨로프나 오실레이터 B로 오실레이터 A의 음정과 필터를 흔드는 기능인데, 금속성 종소리나 일그러진 효과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④ 차트를 채운 소리 📻
프로펫-5는 금세 업계 표준이 됐습니다.
▶ The Cars - Let's Go — 키보디스트 그렉 호크스가 프로펫-5로 만든 신스 훅
▶ Phil Collins - In the Air Tonight — 곡 전체에 깔린 그 어두운 코드가 프로펫-5입니다. 롤랜드 CR-78 드럼 머신 패턴과 보코더를 거친 보컬이 그 위에 얹혀요
필 콜린스는 이혼을 겪던 무렵 집에서 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프로펫-5에서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나 찾고, 그 소리로 코드를 짚어가며 곡을 써나갔다고 해요. 후반부에 터지는 드럼이 워낙 유명하지만, 곡의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이 코드입니다.
▶ Japan - Ghosts — 데이비드 실비언이 프로펫-5로, 리처드 바비에리가 오버하임 OB-X로 코드를 짰습니다
▶ Michael Jackson - Thriller — 벌스에 깔린 패드는 롤랜드 주피터-8에 프로펫-5를 겹친 소리입니다
참고로 「Thriller」의 그 펑키한 베이스는 ARP 2600입니다. 한 기계로 다 만든 게 아니라, 기계마다 잘하는 소리를 겹쳐 쓴 거예요.
▶ Radiohead -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 『Kid A』의 첫 곡. 2000년에도 이 기계가 현역이었다는 증거입니다
피터 가브리엘은 프로펫-5를 「오래 함께한 전투마」라고 불렀고, 1986년 앨범 『So』의 여러 소리를 여기서 만들었습니다. 마돈나의 『Like a Virgin』(1984)과 크라프트베르크의 1981년 투어에도 이 기계가 있었어요.
사카모토 류이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테마에서 대나무를 두드리는 듯한 타악기 소리는 프로펫-5로 만든 소리에 린 드럼의 림샷을 섞은 겁니다.
▶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 멜로디 뒤에서 통통 튀는 그 타악기 소리
⑤ 영화 음악의 소리 🎬
프로펫-5는 영화 쪽에서도 많이 쓰였습니다.
감독 겸 작곡가 존 카펜터가 대표적입니다. 프로펫-5와 프로펫-10을 자기 영화 음악에 두루 썼어요. 카펜터와 함께 작업한 앨런 하워스는 프로펫-5를 켜면 「할로윈」, 「뉴욕 탈출」, 「크리스틴」의 소리가 거기서 나온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 John Carpenter & Alan Howarth - Escape from New York Main Title — 단순한 베이스 반복 위로 쌓이는 신스 라인
▶ John Carpenter & Alan Howarth - Halloween II Theme — 1편의 테마를 신스 중심으로 다시 녹음한 버전
브래드 피델은 「터미네이터」(1984) 사운드트랙을 프로펫-10으로 녹음했습니다.
▶ Brad Fiedel - The Terminator Theme — 그 차갑고 무거운 테마
반젤리스도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야마하 CS-80과 함께 프로펫-5, 프로펫-10을 썼습니다.
프로펫-10은 1981년에 나온 10보이스 2단 건반 모델입니다. 처음에 과열로 포기했던 10보이스를 커티스 칩으로 다시 해낸 건데, 초기 생산분이 튜닝 문제로 리콜을 겪으면서 판매는 프로펫-5만 못했습니다.
⑥ MIDI — 데이브 스미스가 공짜로 내놓은 것 🔌
프로펫-5가 성공하면서 시퀀셜은 업계의 중심 회사가 됩니다. 그리고 스미스는 다음 문제를 봅니다. 회사마다 신스를 연결하는 방식이 다 달랐다는 거예요.
프로펫-5에도 연결 단자는 있었지만 시퀀셜 자체 규격이라 다른 회사 기계와는 이어지지 않았어요. 건반 하나로 여러 회사 신스를 같이 울리기가 어려웠던 거죠.
1981년, 롤랜드를 세운 이쿠타로 카케하시가 스미스에게 공통 규격 이야기를 꺼냅니다. 스미스는 시퀀셜 엔지니어 체트 우드와 함께 규격 초안을 짰고, 그해 오디오 엔지니어링 협회(AES)에 USI(Universal Synthesizer Interface)라는 이름으로 발표합니다. 이후 롤랜드, 야마하, 코르그, 가와이가 함께 다듬으면서 이름이 MIDI로 바뀌어요.
그리고 1983년 1월 NAMM 쇼. 스미스는 시퀀셜의 프로펫-600과 롤랜드의 주피터-6를 케이블 하나로 연결해 보여줍니다. 다른 회사의 신스끼리 같은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처음 공개한 자리였어요.

시퀀셜 서킷 프로펫-600(1982). MIDI를 처음 단 신스 중 하나입니다 / 출처: M Maeghan Donovan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스미스는 MIDI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제조사가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규격이었으니까요. 그는 나중에 BBC 인터뷰에서 "공짜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용료를 받았다면 다른 회사들이 따라오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이었죠.
그 덕에 MIDI는 40년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DAW에서 찍는 노트도, 마스터 키보드가 보내는 신호도 그때 정한 규격 위에서 돌아가요. 이 공로로 스미스와 카케하시는 2013년 함께 테크니컬 그래미를 받았습니다.
⑦ 회사가 사라지고, 이름이 돌아오기까지 📉
잘나가던 시퀀셜은 1980년대 중반에 흔들립니다. 스미스 본인이 꼽은 원인은 컴퓨터 오디오 사업에 너무 일찍 뛰어든 것이었어요. 회사는 작고 자금은 부족한데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그 사업이 회사 체력을 다 갉아먹었다는 겁니다. 다시 악기로 돌아왔을 땐 이미 늦었고요.
1987년, 시퀀셜은 마지막 제품인 샘플러 프로펫 3000을 몇십 대 만든 뒤 문을 닫습니다. 회사는 야마하가 사들였어요. 하지만 야마하는 시퀀셜 이름으로 제품을 하나도 내지 않았고, 1989년에 이 이름을 완전히 접습니다.
스미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 야마하 연구 부서 — 물리 모델링 합성과 소프트웨어 신스 개념을 연구했습니다
🔹 코르그 — 1989년 캘리포니아에 코르그 연구개발팀을 세웠고, 여기서 웨이브스테이션이 나옵니다
🔹 시어 시스템즈 — PC에서 돌아가는 초기 소프트웨어 신스를 만들었습니다
🔹 데이브 스미스 인스트루먼츠 — 2002년에 다시 하드웨어 회사를 차립니다. 2008년에는 8보이스 아날로그 폴리 신스 프로펫 '08을 냅니다
자기 이름을 건 회사로 다시 「프로펫」을 만들기 시작한 셈인데, 정작 「시퀀셜」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야마하 것이었습니다.
그 이름이 돌아온 게 2015년 1월입니다. 야마하가 상표권을 스미스에게 돌려줬어요. 이 일을 야마하 사장에게 권한 사람이 카케하시였습니다. 그는 전자악기 회사끼리 쓸데없이 다툴 일을 없애는 게 중요하고, 그게 바로 MIDI의 정신이라고 말했습니다. 30여 년 전 같이 MIDI를 만든 사람이 이름을 찾아준 거죠.
스미스는 그해 시퀀셜 이름으로 프로펫-6를 냈고, 프로펫-5 출시 40주년인 2018년 8월 31일에 회사 이름을 아예 시퀀셜로 바꿉니다.
🛒 Sequential Prophet-6 — 시퀀셜 공식
⑧ 2020년, 프로펫-5가 다시 나오다 🔁
2020년 9월, 시퀀셜은 프로펫-5 Rev4를 발표합니다. 이름은 「복각」이지만 그대로 다시 찍어낸 건 아니에요.
🛒 Sequential Prophet-5 / Prophet-10 Rev4 — 시퀀셜 공식 (국내 정식 취급처가 따로 없어 메이커 직판입니다)
🔹 필터 두 종류 — Rev1·2의 SSM 필터를 잇는 SSI2140과, Rev3의 커티스 CEM3320을 둘 다 넣고 스위치로 고릅니다
🔹 빈티지 노브 — 돌릴수록 튜닝과 회로의 흔들림이 Rev1·2·3 쪽으로 옮겨갑니다
🔹 지금 쓰는 기능 — 벨로시티, 애프터터치, USB와 MIDI, 폴리포닉 글라이드
🔹 패치 400개 — 사용자 200개, 공장 200개. 1978년 오리지널 공장 음색도 들어 있습니다
미국 가격은 프로펫-5가 3,499달러, 같이 나온 10보이스 버전 프로펫-10이 4,299달러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1978년 오리지널보다 싸요. 스미스는 이 기계를 두고 프로펫의 네 가지 버전을 한 대에 넣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Sequential - Prophet-5: The Legend Returns — 시퀀셜이 직접 낸 Rev4 소개 영상

프로펫-10 Rev4. 프로펫-5 Rev4와 같은 몸체에 10보이스를 넣었습니다 / 출처: StingR / CC0 via Wikimedia Commons
이듬해인 2021년 4월, 시퀀셜은 영국 오디오 회사 포커스라이트에 인수됩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31일, 데이브 스미스가 세상을 떠납니다. 72세였어요. 디트로이트의 전자음악 페스티벌 「무브먼트」를 보러 갔다가 심장마비가 왔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까지 음악 현장에 있었던 셈이에요.

2015년 NAMM 쇼의 시퀀셜 부스에 선 데이브 스미스. 시퀀셜 이름을 되찾은 그해입니다 / 출처: Pete Brown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⑨ 프로펫-5가 남긴 것 🧬
프로펫-5가 바꾼 건 소리 하나가 아니라 신스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신스 역사를 다룬 책 『Analog Days』는 프로펫-5 이후 신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계에서 "익숙한 음색을 묶어 놓은 표준 패키지"로 옮겨갔다고 봅니다. 좋게 보면 누구나 검증된 음색을 바로 꺼내 쓰게 됐고, 다르게 보면 노브를 돌리며 자기 소리를 찾던 시간이 줄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에요.
소리도 계속 살아 있습니다. 존 보웬이 자문한 네이티브 인스트루먼츠의 Pro-5(1999)를 시작으로, 지금은 아투리아 Prophet-5 V, u-he Repro-5 같은 플러그인으로도 쓸 수 있어요.
🛒 Arturia Prophet-5 V — 아투리아 공식
자주 나오는 질문
Q. 지금 오리지널 프로펫-5를 사는 게 의미가 있나요?
A. 소리가 목적이라면 Rev4나 플러그인이 현실적입니다. 오리지널은 40년이 넘은 기계라 수리와 관리가 필수고, 특히 Rev1·2는 튜닝이 쉽게 흔들려요. 다만 그 불안정함까지 소리로 여기는 사람한테는 오리지널만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Q. Rev4는 오리지널과 똑같은 소리가 나나요?
A. 똑같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SSM 필터부터가 원래 칩이 아니라 그 설계를 잇는 현행 칩이에요. 대신 빈티지 노브와 필터 스위치로 Rev별 성격에 꽤 가깝게 옮겨갈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의 성격에 무대에서 믿고 쓸 안정성을 더한 기계라고 보면 됩니다.
Q. SSM과 커티스, 들으면 차이가 나나요?
A. 단독으로 들으면 납니다. SSM 쪽이 조금 더 거칠고 두껍게, 커티스 쪽이 더 깔끔하고 단단하게 들린다는 평이 많아요. 다만 믹스에 들어가면 그 차이가 생각보다 작습니다. 처음 고를 때 이 차이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Q. MIDI는 데이브 스미스가 혼자 만든 건가요?
A. 아닙니다. 공통 규격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람은 롤랜드의 카케하시입니다. 초안은 스미스와 체트 우드가 짰고, 롤랜드·야마하·코르그·가와이가 함께 다듬었어요. 그래미도 스미스와 카케하시가 같이 받았습니다. 스미스의 몫이 컸던 건 분명하지만, 여러 회사가 같이 만든 규격이에요.
마무리
곡과 곡 사이에 노브를 돌리던 건반 주자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프로펫-5는 그 사람한테 저장 버튼을 줬습니다. 그리고 그 기계를 만든 사람은 몇 년 뒤 모든 신스가 같은 말로 대화하게 만드는 규격을 공짜로 내놓았어요. 회사는 한 번 사라졌지만 그는 계속 신스를 만들었고, 결국 이름을 되찾아 그 첫 기계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다음에 신스를 켜고 프리셋 목록을 넘길 때, 그 목록이 처음 생긴 게 1978년이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 보세요. 버튼 하나로 소리를 부르는 그 당연한 일이, 이 기계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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