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자마자 음이 맞는 폴리 신스 — 롤랜드 Juno-106 이야기

1980년대 초, 폴리 신스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건 꽤 조마조마한 일이었습니다.

아날로그 오실레이터는 온도에 예민합니다. 리허설 때 맞춰둔 음정이 조명이 달아오르면 슬금슬금 틀어졌어요. 여섯 음을 동시에 누르면 여섯 보이스가 제각각 어긋날 수 있었고요. 게다가 그런 기계는 비쌌습니다. 롤랜드의 간판 모델 주피터-8이 미국에서 5,000달러쯤 했으니까요.

1982년, 롤랜드는 비싸고 음정이 불안하다는 두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는 기계를 내놓습니다. 싸고, 음정이 안 틀어지는 폴리 신스. 그게 Juno 시리즈이고, 2년 뒤에 나온 세 번째 모델이 Juno-106입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플러그인 목록에 「Juno」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처음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① 주피터의 동생으로 태어나다 🪐

당시 신스 시장은 디지털 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페어라이트 CMI나 싱클라비어 같은 디지털 악기가 등장했고, FM 합성 기술은 야마하가 이미 독점 계약을 맺은 상태였어요. 롤랜드에는 당장 내놓을 디지털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롤랜드가 택한 길은 아날로그를 싸고 믿을 만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였어요.

🔹 오실레이터를 하나로 — 주피터-8은 한 보이스에 오실레이터가 둘인데, Juno는 하나만 넣었습니다. 롤랜드 엔지니어 이즈치 히데키는 가격을 낮추려고 오실레이터 한 개짜리 설계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 오실레이터를 디지털로 제어 — 음정이 틀어지는 문제는 DCO라는 새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이름에도 그 위치가 담겨 있습니다. 로마 신화에서 유노(Juno)는 유피테르(Jupiter)의 아내예요. 주피터 곁에 놓일 한 급 아래 모델이라는 뜻이죠.

② DCO — 음정만 디지털에 맡기다 🎚️

DCO는 Digitally Controlled Oscillator의 약자입니다. 이름 때문에 디지털 오실레이터로 오해하기 쉬운데, 소리를 만드는 회로는 여전히 아날로그입니다.

차이는 음정을 누가 정하느냐에 있습니다.

🔹 VCO — 전압이 음정을 정합니다. 전압에 따라 회로가 충전되는 속도가 달라지고, 그 속도가 곧 음높이예요. 부품이 온도를 타면 음정도 같이 움직입니다

🔹 DCO — 디지털 타이머가 한 주기의 길이를 셉니다. 파형은 똑같이 아날로그 회로가 그리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지는 디지털 쪽이 정해요. 그래서 온도가 변해도 음정이 그대로입니다

사운드 온 사운드는 Juno-6를 두고 "무대에 들고 올라가 전원을 켜고, 음이 맞을 거라고 완전히 믿으며 연주할 수 있었던 첫 아날로그 폴리 신스"라고 평했습니다. 지금 들으면 당연한 말인데, 그때는 그게 장점이었어요.

대신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오실레이터가 하나뿐이라, 두 개를 살짝 어긋나게 겹쳐서 내는 두께가 안 나옵니다. 롤랜드는 이걸 두 가지로 메웠어요. 한 옥타브 아래를 받쳐주는 서브 오실레이터, 그리고 내장 코러스입니다. 코러스는 소리의 복사본을 아주 조금 늦춘 뒤 그 시간을 천천히 흔들어서, 한 대가 여러 대처럼 들리게 하는 이펙트예요. Juno에는 이게 버튼 두 개로 달려 있고, 누르면 모노였던 소리가 좌우로 퍼집니다. 약점을 가리려고 넣은 장치가 결국 Juno 소리의 상징이 됐습니다.

③ Juno-6 → Juno-60 → Juno-106 📅

Juno는 2년 사이에 세 대가 나왔습니다.

🔹 Juno-6 (1982년 5월) — 첫 모델. 미국 가격 1,295달러. 6보이스에 아르페지에이터와 코러스가 달렸지만 소리를 저장할 수 없었습니다

🔹 Juno-60 (1982년 9월) — 넉 달 뒤에 나온 개량형. 패치 메모리 56개와, 롤랜드 자체 연결 규격인 DCB 단자가 붙었습니다

🔹 Juno-106 (1984년 2월) — 메모리가 128개로 늘고 MIDI가 들어갔습니다. 아르페지에이터는 빠지고 포르타멘토가 생겼어요

롤랜드 Juno-60(1982). 패널 오른쪽에 패치 메모리 버튼이 늘어서 있습니다

롤랜드 Juno-60(1982). 패널 오른쪽에 패치 메모리 버튼이 늘어서 있습니다 / 출처: deepsonic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Juno-60이 넉 달 만에 나온 데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경쟁작 코르그 폴리식스에는 메모리가 있었거든요. 곡마다 소리를 바꿔야 하는 무대에서 메모리 없는 폴리 신스는 불리했습니다.

Juno-106에서 달라진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MIDI입니다. MIDI 규격이 공개된 게 1983년이니, 106은 그 바로 다음 해에 나온 기계예요. 건반을 친 정보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슬라이더를 움직인 값까지 MIDI로 내보내고 받았습니다. 필터를 여닫는 손동작을 시퀀서에 기록했다가 그대로 재생할 수 있었다는 뜻이에요. 아날로그 신스 중에서는 이게 되는 첫 세대였습니다.

롤랜드 Juno-106(1984). 6보이스, 61건반, 패치 128개

롤랜드 Juno-106(1984). 6보이스, 61건반, 패치 128개 / 출처: Iainf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건반 왼쪽의 벤더 레버도 106에서 지금의 방식이 됐습니다. 좌우로 밀면 피치 벤드, 앞으로 밀면 모듈레이션이 걸리는, 이후 롤랜드 신스의 표준이 된 그 레버예요.

Juno-106의 건반 왼쪽. 포르타멘토 노브 아래로 벤더 레버가 보입니다

Juno-106의 건반 왼쪽. 포르타멘토 노브 아래로 벤더 레버가 보입니다 / 출처: moni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Juno-106은 80년대 후반 D-50이 나올 때까지 롤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스였습니다.

④ 슬라이더 하나에 기능 하나 🎛️

Juno-106을 처음 보면 슬라이더가 한 줄로 죽 늘어서 있습니다. 메뉴도 없어요. 화면이라고는 패치 번호를 보여주는 작은 숫자 표시창뿐입니다.

패널은 왼쪽부터 LFO, DCO, HPF, VCF, VCA, ENV, 코러스 순서로 구획이 나뉘어 있습니다. 구획 이름이 곧 하는 일이에요.

🔹 DCO — 톱니파와 펄스파를 버튼으로 켜고 끄고, 서브 오실레이터와 노이즈는 슬라이더로 섞습니다

🔹 HPF — 저역을 덜어내는 필터. 4단으로 바뀝니다

🔹 VCF — 24dB 로우패스 필터. 컷오프와 레조넌스, 그리고 엔벨로프·LFO·건반 위치가 필터를 얼마나 움직일지 정하는 슬라이더 세 개

🔹 ENV — A·D·S·R 네 개짜리 엔벨로프가 하나뿐입니다. 필터와 음량이 이 하나를 같이 써요

엔벨로프가 하나, LFO가 하나, 오실레이터가 하나. 할 수 있는 게 적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어디를 만져도 쓸 만한 소리가 나옵니다. 소리가 이상해지면 슬라이더 위치만 봐도 왜 그런지 보이고요.

롤랜드는 Juno-106을 모든 파라미터에 전용 컨트롤이 달린 마지막 세대의 신스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이 무렵부터 신스 패널은 버튼 몇 개와 작은 화면으로 바뀌어 갔어요. 실제로 1985년에 나온 후속 알파 주노는 다이얼 하나로 파라미터를 골라 값을 바꾸는 방식이었는데, 소리 만들기가 번거롭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감산 합성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지금도 Juno 계열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슬라이더 하나를 움직이면 소리가 하나 바뀝니다. 그게 전부예요.

⑤ 80년대 차트와 시카고 하우스 📻

Juno의 소리를 먼저 퍼뜨린 건 Juno-60이었습니다.

Wham!의 「Last Christmas」는 1984년 8월 런던 애드비전 스튜디오에서 녹음됐습니다. 조지 마이클이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고 모든 파트를 혼자 연주했는데, 쓴 악기가 Juno-60과 린드럼, 베이스 기타, 썰매 방울이었어요. 엔지니어 크리스 포터는 그가 건반을 손가락 두세 개로 쳤다고 기억합니다.

▶ Wham! - Last Christmas — 신스 파트는 전부 Juno-60 한 대로 쌓은 겁니다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에도 Juno-60이 있습니다. 롤랜드 공식 기사에 따르면 간주에 나오는 스틸 드럼 비슷한 솔로가 Juno-60이고, 한 테이크에 녹음했다고 전해집니다.

▶ Cyndi Lauper - Girls Just Want To Have Fun — 간주의 통통 튀는 신스 솔로

같은 기계가 전혀 다른 곳에서도 쓰였습니다. 시카고의 래리 허드는 1986년 Mr. Fingers라는 이름으로 「Can You Feel It」을 냅니다. 본인 말로는 이 곡에 쓴 장비가 Juno-60과 리듬 머신 TR-909, 그게 전부였어요. 멀티트랙 녹음기도 없어서 카세트 데크 두 대로 녹음했다고 합니다. 한 번에 연주해 테이프에 담고, 그걸 두 번째 데크로 옮기면서 손으로 몇 가지를 더 얹는 식이었죠. 딥 하우스의 초기 대표곡으로 꼽히는 트랙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 Mr. Fingers - Can You Feel It — 리듬 머신을 뺀 나머지 소리가 전부 Juno-60입니다

비싼 스튜디오가 없어도 폴리 신스 한 대로 곡을 끝낼 수 있다는 것. Juno가 「보급형」이었다는 사실이 음악에 남긴 흔적입니다.

⑥ 2010년대, 다시 불려 나오다 🔁

Juno는 90년대 테크노와 하우스에서도 계속 쓰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 전후, 인디와 일렉트로닉 쪽 뮤지션들이 이 기계를 다시 꺼내 듭니다.

애니멀 컬렉티브의 「My Girls」는 롤랜드가 Juno 사용 곡으로 소개하는 트랙입니다.

▶ Animal Collective - My Girls — 앨범 『Merriweather Post Pavilion』 수록곡

메트로노미의 조셉 마운트는 투어용 신스로 Juno-60을 골랐습니다. 여러 소리를 낼 수 있고 프리셋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어요. 새 신스는 「진짜」 악기들 사이에 잘 섞이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 Metronomy - The Look — 메트로노미의 대표곡

Juno-106 쪽에서는 테임 임팔라가 대표적입니다. 케빈 파커는 사운드 온 사운드 인터뷰에서 2012년 앨범 『Lonerism』에 주로 쓴 신스가 Juno-106과 시퀀셜 서킷 Pro-One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이렇게 말했어요. "Juno는 바로바로 반응하고, 치고 있으면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 Tame Impala -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 『Lonerism』 수록곡

스코틀랜드의 신스팝 트리오 처치스도 106으로 시작했습니다. 2013년 데뷔 앨범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를 만들 때 갖고 있던 신스는 무그 보이저, 프로펫 '08, Juno-106 세 대뿐이었다고 해요. 멤버 마틴 도허티에 따르면 그 앨범의 베이스는 대부분 서브 오실레이터를 끝까지 올린 Juno-106입니다. 코러스가 고역을 살려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CHVRCHES - The Mother We Share — 데뷔 앨범의 첫 곡

80년대풍 신스 사운드를 내세우는 쪽에서는 컴 트루이즈가 있습니다. 그는 롤랜드 인터뷰에서 Juno-106을 스튜디오의 「피아노」라고 불렀어요. 멜로디를 쓸 때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악기라는 뜻입니다. 앨범 『Iteration』과 『Persuasion System』에 많이 썼고, 「Propagation」도 106으로 만든 곡이라고 밝혔습니다.

▶ Com Truise - Propagation — 본인이 Juno-106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곡

피아니스트 닐스 프람도 Juno를 피아노 옆에 두고 씁니다. 롤랜드는 그의 셋업에서 Juno가 피아노와 나란히 중심을 이룬다고 소개해요.

▶ Nils Frahm - Says — 피아노와 신스를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프람의 대표곡

장르는 다 다른데 고른 이유는 비슷합니다. 켜면 바로 소리가 나고, 뭘 만져도 곡에 쓸 수 있어서입니다.

⑦ 여섯 번째 음이 안 난다 — 보이스 칩 80017A 🔧

Juno-106에는 유명한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이스 칩이에요.

106은 보이스마다 80017A라는 부품이 하나씩, 모두 여섯 개 들어 있습니다. 필터(VCF)와 앰프(VCA)를 작은 기판 하나에 모아 수지로 덮은 롤랜드 전용 모듈입니다.

이 부품이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씩 죽습니다. 증상은 대개 이렇습니다.

🔹 몇 번째 음마다 소리가 안 난다 — 보이스 여섯 개가 차례로 돌아가며 울리기 때문에, 칩 하나가 죽으면 건반을 여섯 번 누를 때 한 번꼴로 빈 음이 나옵니다

🔹 특정 보이스만 지직거리거나 소리가 작다

🔹 레조넌스가 제멋대로 걸리거나 소리가 찌그러진다

원인으로는 칩을 덮은 수지가 지목됩니다. 수지가 오래되면서 전기가 통하게 돼 회로를 방해한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어요. 다만 롤랜드가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아니고, 수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진 설명입니다.

대처법은 두 가지가 통용됩니다. 칩을 떼어 아세톤에 담가 수지를 벗겨내는 방법, 그리고 수지 없이 새로 만든 호환 칩으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납땜과 재조정이 필요한 작업이라 직접 하기보다 수리점에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리지널 106을 볼 일이 있다면 확인할 건 간단합니다. 같은 건반을 천천히 여러 번 눌러보세요. 여섯 번 연달아 같은 소리가 나면 여섯 보이스가 다 살아 있는 겁니다.

⑧ 지금 Juno 소리를 쓰려면 💻

오리지널을 구해서 고쳐 쓰는 것 말고도 길이 많습니다. 롤랜드가 직접 만든 것부터 보겠습니다.

🔹 Roland JUNO-X — 2022년에 나온 61건반 신스. Juno-60과 Juno-106을 재현한 엔진에 새로 만든 JUNO-X 엔진까지 세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코러스도 원래의 두 가지에 세 번째 모드를 더했어요

🔹 Roland Boutique JU-06A — 건반 없는 소형 4보이스 모듈. 스위치로 Juno-60 모드와 Juno-106 모드를 오갑니다. 오리지널 106에 없던 아르페지에이터와 16스텝 시퀀서가 있고, 건전지로도 돌아가요

🔹 Roland Cloud JUNO-106 / JUNO-60 — 롤랜드의 플러그인판. 멤버십으로 쓰거나 따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기계의 노후 정도를 조절하는 파라미터까지 있어요

▶ Roland - Introducing the JUNO-X — 롤랜드 공식 소개 영상

▶ Roland - Boutique JU-06A — Juno-60 모드와 Juno-106 모드를 오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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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land Cloud JUNO-60 — 롤랜드 공식

다른 회사 플러그인도 탄탄합니다. 고를 때는 어느 모델을 본떴는지를 보면 됩니다.

🔹 Cherry Audio DCO-106 — Juno-106 기반. 보이스를 16개까지 늘릴 수 있고, 오리지널 106의 공장 프리셋이 들어 있습니다

🔹 TAL-U-NO-LX — Juno-60 기반. 2012년에 나와 지금도 업데이트되는 플러그인입니다

🔹 Arturia Jun-6 V — Juno-6 기반. 보이스 최대 36개에 LFO와 엔벨로프를 하나씩 더 달았어요

🛒 Cherry Audio DCO-106 — Cherry Audio 공식

🛒 TAL-U-NO-LX — TAL Software 공식

🛒 Arturia Jun-6 V — Arturia 공식

가격대는 대략 이렇습니다. JUNO-X는 출시 당시 미국 가격이 2,000달러를 조금 넘었고 JU-06A는 399달러였어요. 플러그인은 몇만 원에서 20만 원대 사이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제품들이 하나같이 106에 없던 것을 붙이고, 106의 불편은 뺐다는 점입니다. 아르페지에이터가 돌아왔고, 보이스 수도 늘었습니다. 그래도 슬라이더를 한 줄로 늘어놓은 생김새만은 아무도 안 바꿨어요.

자주 나오는 질문

Q. DCO면 디지털 소리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파형을 만드는 것도, 필터와 앰프도 아날로그 회로예요. 디지털이 하는 일은 음정이 흔들리지 않게 주기를 세는 것뿐입니다.

Q. Juno-60과 Juno-106, 뭐가 다른가요?

A. 뼈대는 같습니다. 6보이스, 보이스당 DCO 하나, 서브 오실레이터, 코러스. 기능 차이는 분명해요. 60에는 아르페지에이터가 있고 펄스 폭을 엔벨로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106에는 MIDI와 포르타멘토가 있고 메모리가 두 배 넘게 많아요. 플러그인으로 쓸 거라면 둘 다 MIDI가 되니까, 데모를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쪽을 고르면 됩니다.

Q. 오실레이터가 하나인데 왜 얇게 안 들리나요?

A. 서브 오실레이터가 한 옥타브 아래를 받치고, 코러스가 소리를 좌우로 펼치기 때문입니다. 처치스가 베이스를 만들 때 서브 오실레이터를 끝까지 올린 것도 그래서예요. 반대로 말하면 코러스를 끄고 서브를 내린 Juno는 꽤 단출한 소리가 납니다.

Q. 오리지널 Juno-106을 사도 괜찮을까요?

A. 보이스 칩이 교체됐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여섯 개가 전부 손봐진 개체라면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소리만 필요하다면 플러그인이나 JU-06A로 충분하고, 슬라이더를 손으로 밀며 연주하고 싶다면 그때 하드웨어를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무리

Juno-106은 처음부터 최고를 노린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오실레이터는 하나, 엔벨로프도 하나. 주피터-8에서 덜어낼 수 있는 건 다 덜어낸 보급형이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빼지 않은 것들이 오래갔습니다. 켜자마자 맞는 음정, 보면 바로 아는 패널, 소리를 불러오는 메모리, 그리고 MIDI. 조지 마이클이 스튜디오에서 혼자 곡을 쌓을 때도, 래리 허드가 카세트 데크 두 대로 녹음할 때도, 케빈 파커가 『Lonerism』을 만들 때도 필요했던 건 그런 기계였습니다.

DAW에서 Juno 계열 플러그인을 하나 열어 보세요. 톱니파를 켜고, 필터를 반쯤 닫고, 코러스 버튼을 누릅니다. 슬라이더 세 개쯤 만졌을 뿐인데 익숙한 소리가 납니다. 이 기계가 40년째 불려 나오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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