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K팝의 설계자로 — 이수만, 그리고 다시 모인 이수만 사단
10월 12일 고양 킨텍스. 신인 그룹 데뷔 쇼케이스 무대에 일흔넷의 프로듀서가 직접 올라가 발표를 했습니다. 이수만입니다. 이날 A2O엔터테인먼트는 9인조 걸그룹 A2O LITE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SOUL을 한꺼번에 공개했고, 다음 날 저녁 6시에 두 팀의 데뷔곡이 나왔습니다.
두 곡의 중심에는 H.O.T. 시절부터 SM의 소리를 만들어 온 유영진이 있습니다. 에스콰이어 코리아에 따르면 A2O LITE 「NEON」의 크레딧에는 유영진과, SM 곡에서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던 미국 프로듀서 뎀 조인츠(Dem Jointz) 두 사람만 올라 있어요. 2023년 SM을 떠난 이수만과 그 곁의 사람들이 3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다시 한 팀으로 움직인 겁니다.
▶ 이수만 A2O 데뷔 쇼케이스 발표 — 킨텍스 무대에서 이수만이 직접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전체
이번 글은 이 사람의 50년을 처음부터 따라가 봅니다. 노래하던 대학생이 어떻게 지금 우리가 아는 「아이돌을 키우는 방식」을 만들게 됐는지요.
① 처음엔 노래하던 사람이었다 🎤
이수만은 1952년생입니다. 서울대 농대 농공학과를 다니던 1972년, 포크 그룹 「4월과 5월」의 멤버로 데뷔했어요. 다만 건강 문제로 금방 팀을 나왔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녹음에는 목소리가 남았지만 음반 표지에는 다른 두 멤버만 실렸다고 해요.
▶ 4월과 5월 - 화 — 이수만이 잠시 몸담았던 포크 듀오 「4월과 5월」의 대표곡
그 뒤로는 솔로 가수로 활동합니다. 1976년 MBC 10대 가수 남자 신인상, 이듬해에는 10대 가수상을 받았어요. 대표곡이 「한송이 꿈」과 「행복」입니다.
▶ 이수만 - 파도 — 신인상을 받던 해의 앳된 무대
▶ 이수만 - 한송이 꿈 — 정태춘이 작곡한 곡으로, 가수 이수만의 이름을 알린 노래
▶ 이수만 - 행복 — 가수 시절 대표곡
노래만 한 게 아닙니다. 1977년부터 1980년까지 MBC 대학가요제 사회를 봤고, 라디오에서는 1976년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맡았어요. 1980년대 후반에는 「젊음의 음악캠프」, 「팝스 투나잇」 같은 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문세, 유열과 함께 「마삼트리오」라는 별명으로도 불렸고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남의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 [대학가요제 1978] 심수봉 - 그때 그 사람 — 이수만이 사회를 맡던 시기의 대학가요제 무대
▶ 이수만 토크 [이문세쇼] — 「마삼트리오」로 함께 불리던 이문세의 쇼에 나와 나눈 이야기
② 미국에서 본 「보는 음악」 📺
1980년대 초, 이수만은 방송 일을 접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학교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CSUN), 전공은 컴퓨터공학이었어요. 1985년 석사 학위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CSUN) 캠퍼스 / 출처: Clotee Pridgen Alloc… /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이 시기 미국에서는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1981년 8월 음악 전문 채널 MTV가 개국했어요. 개국 방송의 첫 뮤직비디오는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어요. 제목부터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입니다. 라디오 DJ였던 이수만에게는 꽤 상징적인 장면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곧 마이클 잭슨 같은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로 스타가 되는 시대가 열립니다. 한경 생글생글에 실린 기고에 따르면, 이수만은 음악이 「듣는 것」에서 색채와 패션이 섞인 「보는 것」으로 바뀌는 걸 보며 한국에서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 The Buggles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1981년 MTV 개국 방송에서 처음 나간 뮤직비디오
▶ Michael Jackson - Billie Jean — MTV 시대의 상징처럼 남은 뮤직비디오
▶ Michael Jackson - Beat It — 노래와 군무를 한 화면에 담은 뮤직비디오. 「보는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례
③ 이태원 춤꾼으로 시작한 첫 기획 🕺
귀국한 이수만은 1989년 2월 자기 이름 이니셜을 딴 SM기획을 차립니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압구정동에 세운 「SM Studio」로 적고 있어요.
그 무렵 댄스 가수를 만드는 방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클럽에서 춤 잘 추고 잘 노는 친구들을 데려와 바로 무대에 세우는 식이었어요. 그 중심에 이태원이 있었습니다. 「문나이트」 같은 이태원 클럽이 춤꾼들의 무대였거든요.
SM기획의 첫 본격 기획도 여기서 나옵니다. 이수만은 이태원의 어린 춤꾼이던 현진영, 강원래, 구준엽을 묶어 현진영과 와와를 만들었어요. 생글생글 기고에 따르면 모델로 삼은 건 미국 R&B 가수 바비 브라운이었습니다. 뉴잭스윙 비트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솔로 가수예요.
▶ Bobby Brown - My Prerogative — 현진영과 와와의 모델로 꼽힌 바비 브라운의 대표곡
현진영과 와와는 1990년 데뷔해 「슬픈 마네킹」으로 이름을 알렸고, 와와 자리는 나중에 강원래·구준엽에서 이현도·김성재로 이어졌어요. 클론과 듀스의 멤버들이 모두 이 자리를 거쳐 간 셈이에요.
▶ [아카이브K] 현진영 - 슬픈 마네킹 — 이태원 클럽 문화에서 나온 댄스 가수들을 다룬 회차
▶ 현진영과 와와 - 슬픈 마네킹 — 데뷔 무렵의 무대
와와 출신들은 이후 각자 팀을 만들어 크게 성공합니다. 이현도·김성재는 듀스로, 강원래·구준엽은 클론으로요.
▶ 듀스 - 나를 돌아봐 — 와와 2기 이현도·김성재가 만든 힙합 듀오의 데뷔 무대
▶ 클론 - 쿵따리 샤바라 — 와와 1기 강원래·구준엽이 결성한 클론의 히트곡
1992년에는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크게 히트합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93년, 현진영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요. 생글생글 기고는 이 일로 이수만이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소속 가수와 작곡가도 다 떠나 사실상 빈털터리가 됐다고 적고 있습니다.
▶ 현진영 - 흐린 기억 속의 그대 — 현진영의 최대 히트곡이자 SM기획 초창기의 대표곡

현진영(2021년) / 출처: 현진영 /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④ 데려오는 대신, 뽑아서 키운다 🏫
실패 뒤에 이수만이 바꾼 건 가수를 구하는 순서였습니다. 이미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대신, 어린 친구를 먼저 뽑아 오래 가르친 뒤 팀으로 내보내는 방식이에요. 지금 우리가 아는 연습생과 데뷔조의 원형입니다.
생글생글 기고에 따르면 H.O.T.는 회사에 남아 있던 어린 연습생들을 모아 훈련시킨 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한국 고등학생을 주 소비층으로 정했고, 노래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비주얼」이 강한 멤버를 넣었어요. 벤치마킹 모델은 미국의 보이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습니다.
뉴키즈는 이수만이 미국에서 돌아온 뒤인 1988~89년 무렵 『Hangin' Tough』 앨범으로 미국 10대 사이에서 크게 터진 그룹이에요. 나무위키는 이수만이 MTV의 10대 아이돌과 뉴키즈를 보며 「왜 한국에선 해외에서 통할 가수를 못 만들까」 고민했다고 정리합니다. 미국에서 본 「보는 음악」과 미국 틴 아이돌 그룹이라는 모델이 H.O.T.에서 처음 하나로 합쳐진 셈이에요.
▶ New Kids On The Block - Hangin' Tough — H.O.T.의 벤치마킹 모델로 꼽히는 미국 보이그룹
▶ New Kids On The Block - Step By Step — 멤버마다 파트를 나눠 부르는 보이그룹 공식이 잘 보이는 곡
H.O.T.는 1996년 9월 7일 「전사의 후예」로 데뷔했고, 그해 말 「캔디」가 터집니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이들을 첫 K팝 보이그룹이자 「아이돌 그룹」 유행의 선두로 소개하면서, 이 성공 공식이 뒤따른 수많은 그룹의 모델이 됐다고 적고 있어요.
▶ H.O.T. - 전사의 후예 —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데뷔곡
▶ H.O.T. - Candy — 연습생 출신 5인조가 10대 시장을 연 히트곡
재미있는 우연도 하나 있습니다. 1997년 H.O.T. 2집에 실린 히트곡 제목이 「행복」이에요. 가수 이수만의 1978년 대표곡과 같은 제목입니다. 곡은 전혀 다른 노래지만, 이 제목은 그 뒤로도 SM 안에서 이어집니다. 2014년 레드벨벳의 데뷔곡도 「행복 (Happiness)」이었거든요.
▶ H.O.T. - 행복 — 가수 이수만의 대표곡과 제목이 같은 H.O.T.의 히트곡
▶ Red Velvet - 행복 — 17년 뒤 같은 제목으로 나온 레드벨벳의 데뷔곡
여기서 돈이 흐르는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생글생글 기고는 훈련, 음반 제작, 홍보 비용을 모두 기획사가 먼저 부담하는 구조를 이수만이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회사가 데뷔 전부터 투자하고, 데뷔 뒤의 수익으로 회수하는 방식이에요. 2000년에는 연예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했고요.
H.O.T. 뒤로는 남자 그룹과 듀오가 차례로 나왔습니다. 1998년 신화, 1999년 R&B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까지요.
▶ 신화 - T.O.P. — H.O.T. 다음 세대 남자 그룹 신화의 초기 히트곡
▶ Fly To The Sky - Day By Day — 댄스 그룹 위주였던 SM이 내놓은 R&B 듀오의 데뷔곡

⑤ 국경을 넘는 데뷔 🌏
시스템이 자리 잡자 다음 과제는 해외였습니다. 1997년 데뷔한 3인조 걸그룹 S.E.S.는 일본에 진출했지만, 생글생글 기고에 따르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 S.E.S. - Dreams Come True — 핀란드 곡을 리메이크한 S.E.S.의 대표곡
그다음 수가 보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발탁된 보아는 국내 훈련과 함께 일본 현지 적응 훈련까지 받았어요. 일본 가정에 홈스테이를 하면서 일본어와 생활 문화를 익혔다고 합니다. 2000년 만 13세로 데뷔했고, 2002년 일본에서 「Listen To My Heart」가 크게 히트합니다. 데뷔 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키운 사례로 자주 이야기됩니다.
▶ BoA - Listen To My Heart — 일본 현지화 트레이닝의 결과로 나온 히트곡
▶ BoA - No.1 — 같은 해 한국에서 나온 보아의 대표곡
보아는 2008년 미국 진출을 발표했고, 이수만은 이듬해 나온 보아의 미국 정규 1집을 총괄 프로듀싱했습니다.
▶ BoA - Eat You Up — 미국 시장을 겨냥해 낸 보아의 영어 싱글
이후 SM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EXO로 이어지며 「세대」라는 말이 붙을 만큼 그룹을 내놓습니다.
▶ TVXQ! - Hug — 동방신기의 데뷔 싱글. 다섯 명의 화음을 앞세운 출발
▶ SUPER JUNIOR - TWINS — 대규모 인원 그룹이라는 새 형태로 나온 슈퍼주니어의 데뷔곡
▶ Girls' Generation - Gee — 소녀시대를 국민 걸그룹으로 만든 곡
▶ Girls' Generation - Gee — 같은 곡을 일본어로 다시 낸 버전. 보아 때부터 이어진 현지화 방식
▶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 샤이니의 데뷔곡
▶ f - Electric Shock — 중국인 멤버와 미국 교포 멤버가 함께한 다국적 걸그룹 f의 대표곡
▶ EXO - 으르렁 — 한국어판과 중국어판을 함께 내는 방식으로 활동한 EXO의 대표곡
▶ NCT 127 - 영웅 — 멤버 수와 유닛을 열어 둔 NCT 체제의 대표곡

이수만은 이 방식에 이름도 붙였습니다. 컬처 테크놀로지(CT). 2006년 SBS 스페셜에서 이 이론이 소개됐고, 2011년에는 파리에서 CT를 주제로 강연했어요. 음악을 만들고 퍼뜨리는 과정을 기술처럼 매뉴얼로 정리해 다른 나라에도 옮겨 심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2019년에는 SM과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이 함께 만든 연합 그룹 슈퍼엠을 프로듀싱했습니다. 데뷔 미니앨범이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어요.
▶ SuperM - Jopping — 여러 SM 그룹 멤버를 모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연합 그룹의 데뷔곡
1998년의 S.E.S. 「Dreams Come True」는 2021년 에스파가 다시 불렀습니다. 같은 회사가 23년 뒤의 신인에게 1세대 걸그룹의 곡을 물려준 거죠.
▶ aespa - Dreams Come True — S.E.S. 원곡을 에스파가 다시 부른 리메이크
⑥ SM과 결별, 그리고 3년 🔒
2023년 2월, SM은 이수만 없이 여러 제작 센터가 나눠 맡는 「SM 3.0」 체제를 발표합니다. 이어 이수만은 자기 지분을 하이브에 넘겼고, 경영권은 결국 카카오로 갔어요.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수만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성명을 남겼습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에 따르면, 이수만은 지분을 팔면서 3년 동안 국내에서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습니다. 그 약정이 끝난 게 올해 2월이에요.
그 3년 동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해외를 먼저 공략하는 A2O엔터테인먼트를 세웠고, A2O는 「알파(Alpha)부터 오메가(Omega)까지」라는 뜻이에요. 2024년에는 중국인 멤버 5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A2O MAY를 먼저 내놓고 중국과 글로벌 시장부터 공략했습니다.
▶ A2O MAY - Under My Skin — A2O MAY의 데뷔곡. 텐아시아는 동방신기 「주문-MIROTIC」을 영어로 개사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 A2O MAY - B.B.B — 중국 멤버로 꾸린 A2O의 첫 걸그룹
▶ A2O MAY - Love Got Me Ooh — A2O MAY의 후속 활동곡
이수만은 이 기간 국제 무대에서 강연도 이어갔습니다. 세계지식포럼에서는 「SM 전 프로듀서」라는 이름표를 달고 엔터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했어요.
▶ 이수만이 말하는 엔터 산업의 미래 — SM을 떠난 뒤의 강연
⑦ 다시 모인 이수만 사단 🚀
그리고 약정이 끝난 뒤 처음 내놓은 국내 데뷔팀이 A2O LITE와 A2O SOUL입니다.
▶ A2O SOUL & A2O LITE Concept Trailer : The First Signal — 데뷔 전 공개된 두 팀의 콘셉트 트레일러

데뷔 쇼케이스가 열린 고양 킨텍스 / 출처: 뭘로할까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A2O LITE (9인조 걸그룹) —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미국 국적의 2008~2013년생 멤버들입니다. 데뷔곡 「NEON」은 「잘파 팝」을 내건 곡이에요. 잘파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말입니다. SBS와 KBS는 이 곡이 발매 하루 만에 멜론 정상에 올랐다고 보도했어요. 에스콰이어 코리아는 「29시간 만에 멜론 TOP100 1위」라고 전했습니다
▶ A2O LITE - NEON Official Video — 유영진과 뎀 조인츠, 두 사람의 이름만 크레딧에 오른 데뷔곡
▶ A2O LITE - NEON — 킨텍스에서 처음 공개된 무대
▶ A2O 라이트 「니온」 하루 만에 멜론 정상 — 데뷔 직후 차트 반응을 전한 뉴스
🔹 A2O SOUL (15인조 보이그룹) — 2007~2012년생 15명입니다. 에스콰이어 코리아에 따르면 랩 포지션 없이 전원이 보컬이에요. 데뷔곡 「SUPERSTAR」는 「뉴 신스웨이브」를 내건 곡이고,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했습니다
▶ A2O SOUL - SUPERSTAR Official Video — 15인조 보이그룹의 데뷔곡
▶ A2O SOUL - INTRO + SUPERSTAR — 랩 없이 15명 전원 보컬로 꾸린 무대
▶ A2O SOUL & A2O LITE - INTRO DANCE PERFORMANCE — 24명이 한 무대에 선 오프닝
두 팀은 「ACE(A2O Cosmic Epic)」라는 세계관을 함께 씁니다. 뮤직비디오에는 4D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이라는 3D 촬영 기술을 넣었어요. 이수만은 쇼케이스에서 이걸 컬처 테크놀로지의 구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2006년 방송에서 말하던 CT가 20년 뒤 실제 촬영 기술이 되어 무대에 오른 셈이에요.
▶ 이수만, A2O는 컬처 테크놀로지의 구현 — 4DGS 기술을 직접 설명하는 쇼케이스 장면
그런데 이 쇼케이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가 옮긴 이수만의 말이에요. 「K팝 그룹이 가수로 분류되는 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곡」.

이수만(2024년) / 출처: 티비텐 (TV10) /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자주 나오는 질문
Q. 연습생 제도는 이수만이 처음 만든 건가요?
A. 「최초」라고 단정할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린 연습생을 뽑아 회사 비용으로 오래 훈련시킨 뒤 팀으로 데뷔시키는 방식을 체계로 만든 건 SM이라는 평가가 많아요. 그 출발점으로는 1996년 H.O.T.가 꼽힙니다.
Q. 이수만은 미국 유학 중에 뉴키즈 온 더 블록을 보고 회사를 차린 건가요?
A.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유학은 1980년대 초부터 1985년까지였고, 그때 영향을 준 건 MTV와 마이클 잭슨 같은 「보는 음악」이었어요. 뉴키즈가 크게 터진 건 귀국 뒤인 1988~89년이고, 1996년 H.O.T.를 기획할 때 벤치마킹 모델이 됐습니다.
Q. 「이수만 사단」에는 누가 있나요?
A. 이번 A2O 데뷔곡 크레딧으로 확인되는 이름은 유영진과 뎀 조인츠입니다. 두 사람 모두 SM 시절 수많은 곡에 이름을 올린 프로듀서예요.
마무리
이수만의 50년을 따라가 보면 한 번 크게 방향을 튼 순간이 있습니다. 1993년의 실패 뒤, 이미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대신 사람을 뽑아서 키우기로 한 순간이에요. 이후의 H.O.T., 보아, 동방신기, EXO, 그리고 올해의 A2O까지가 전부 그 결정 위에 서 있습니다.
일흔넷에 다시 신인 데뷔 무대에 선 그가 꺼낸 말은 결국 「곡」이었습니다. 시스템과 세계관과 신기술을 다 갖춰도 마지막에 남는 건 한 곡이라는 얘기예요. 곡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꽤 든든하게 들리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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