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러 없이 SP-303 소리를 낼 때 — 굿헤르츠 Vulf Compressor로 만드는 로파이
작업하다 보면 루프 하나만 SP-303의 비닐 심을 거치게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샘플러를 꺼내서 케이블을 꽂고, 소리를 내보냈다가 다시 녹음하고 나면 흐름이 끊겨요. 다음 날 템포를 바꾸자는 말이라도 나오면 그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안에서 끝내야 하는 날에는 굿헤르츠(Goodhertz)의 Vulf Compressor를 엽니다. 제 귀에는 SP-303의 VINYL SIM 컴프에 가장 가깝게 들리는 플러그인이에요. 측정해서 비교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 귀로 들은 느낌입니다.
① Vulf Compressor는 어떤 플러그인인가 🎚️
출발점은 2001년에 나온 BOSS의 샘플러 SP-303입니다. 이 기계의 VINYL SIM 이펙트에 달린 컴프를 매드립, 제이 딜라 같은 비트메이커들이 즐겨 쓰면서 로파이 힙합의 질감이 됐어요.
▶ Madvillain - Accordion — 매드립이 SP-303 등 단출한 장비로 대부분을 만들었다고 밝힌 앨범 『Madvillainy』의 수록곡
굿헤르츠 설명에 따르면 그 컴프 알고리즘은 2000년 무렵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 DSP 엔지니어가 만든 것입니다. 벌프펙(Vulfpeck)의 잭 스트래튼이 포럼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굿헤르츠 공동 창업자 데빈 커와 롭 스텐슨에게 디지털 버전을 만들자고 했고, 데빈 커가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소리를 다듬었다고 해요.

벌프펙. 2017년 5월 미국 포틀랜드 크리스털 볼룸 공연 / 출처: Chris Hahn /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VULFPECK - Dean Town — 잭 스트래튼이 이끄는 벌프펙의 대표곡. 조 다트의 베이스 라인이 곡 전체를 끌고 갑니다
▶ The Story Behind Vulf Compressor — 벌프펙 공식 채널에 올라온 플러그인 탄생 이야기
사운드 온 사운드는 2018년 6월 리뷰에서 이 플러그인을 SP-303 비닐 심 컴프의 소리를 재현하고 거기에 새 기능을 더한 제품으로 소개했습니다. 리뷰어 닐 로저스는 지나치게 깨끗하게 들리는 소프트신스를 곡에 자연스럽게 섞는 데 효과가 좋았다고 적었어요. 음량만 투명하게 다듬는 컴프가 아니라 곡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이펙트로 봐야 한다는 평이었습니다.
가격은 굿헤르츠 공식 사이트 기준 149달러이고, 30일 무료 체험판이 있습니다. 맥은 macOS 10.13 이상, 윈도우는 10 이상이고 AU, VST, VST3, AAX를 지원해요.
② 메인 노브는 여섯 개 🔍
창을 열면 노브가 몇 개 없습니다. 굿헤르츠 매뉴얼(버전 3.13) 기준으로 메인 컨트롤은 이렇습니다.
🔹 Input Gain — 컴프 앞에서 레벨을 올리고 내립니다. 미터가 붙어 있고 0dB 이상이면 빨갛게 바뀌어요
🔹 Compression Amount — 컴프 양. 기본값은 50%입니다. 0%로 내려도 완전히 꺼지지 않고 특유의 소리가 조금 남습니다
🔹 Wow/Flutter Amount — LP 회전이 고르지 않을 때 생기는 음정 흔들림의 양. 기본값 15%
🔹 Lo-Fi Amount — 음질을 정합니다. 올릴수록 배음 왜곡이 늘고, 고역 해상도가 떨어지고, 노이즈가 늘어요. 기본값 50%
🔹 Output Gain — 컴프 뒤 레벨. 여기에도 미터가 있습니다
🔹 Master Mix — 이펙트 전체의 양. 0%면 컴프, 와우·플러터, 로파이가 전부 빠지고 Input·Output Gain만 남습니다

여기에 전원 버튼 같은 Master On/Off가 따로 있습니다. 매뉴얼은 DAW의 플러그인 바이패스 대신 이 버튼을 쓰라고 권해요. DAW 바이패스로 껐다 켜면 디지털 잡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급 컨트롤 페이지를 열면 손댈 곳이 더 나옵니다. 자주 쓰는 것만 추리면 이 정도예요.
🔹 Comp Attack / Release Time Constant — 단위는 초나 ms가 아니라 배수입니다(기본값 1.0x). 어택 값을 작게 하면 빨리 잡아서 어택감이 줄고, 크게 하면 늦게 잡아서 펀치가 살아요. 릴리즈 값을 작게 하면 빨리 풀려서 더 크게 들리는 대신 펌핑이나 일그러짐이 늘어납니다
🔹 Comp Stereo Link — 켜면 좌우에 같은 양으로 컴프가 걸려 스테레오 이미지가 유지됩니다. 끄면 좌우를 따로 눌러서 더 크게 들릴 수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큰 소리가 있으면 이미지가 흔들려요
🔹 Wow/Flutter Speed — 33.3, 45, 78RPM 중에서 고릅니다. 12인치 LP, 7인치 싱글, 셸락 SP반의 회전수입니다
🔹 Lo-Fi Type — Analog(기본값), 1990's Digital, 1980's Digital. 1990's는 에일리어싱이 적당히 섞이고, 1980's는 더 거칠게 섞입니다
🔹 Lo-Fi Crunch / Noise Gain — 왜곡의 거친 정도와 노이즈의 양을 따로 정합니다
🔹 Digital Ref Level — 입력 신호를 어떤 레벨 기준으로 받아들일지 정합니다. 기본값은 -18dB입니다
③ 왜 그렇게 찌그러져 들릴까 💥
SP-303의 비닐 심 컴프는 노브 하나로 조절했습니다. 돌릴수록 루프 전체가 꾹 눌리고, 큰 소리가 날 때마다 나머지가 쑥 들어갔다가 돌아왔어요. 이게 흔히 말하는 펌핑입니다.
Vulf Compressor는 그 반응을 여러 노브로 나눠 둔 구조로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매뉴얼 설명을 소리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펌핑은 릴리즈에서 — 릴리즈 값을 작게 할수록 빨리 풀리면서 음량이 들썩입니다
🔹 찌그러짐은 Digital Ref Level에서 — 매뉴얼은 어택이 살아 있는 소리를 원하면 0dB, 눌리고 포화된 소리를 원하면 -36dB를 예로 듭니다. 이 값을 내리는 건 Input Gain을 올리고 Output Gain을 같은 양만큼 내리는 것과 같아요. 결국 컴프에 더 세게 밀어 넣는 셈입니다
🔹 저역이 펌핑을 끌고 간다 — 컴프가 반응하는 신호의 저역 비중은 Sidechain Tilt로 바꿉니다. 마이너스로 돌리면 저역에 더 민감해져서 펌핑이 또렷해지고, 플러스로 돌리면 저역에 덜 반응해서 베이스가 덜 눌립니다
🔹 먹먹함과 잡음은 Lo-Fi에서 — 고역 해상도가 떨어지고 배음이 늘면서 오래된 샘플러를 거친 듯한 질감이 됩니다
SP-303 비닐 심의 매력은 루프 안의 소리들이 서로 밀어내면서 한 덩어리가 되는 데 있습니다. Vulf Compressor로 그 느낌에 다가가려면 Compression Amount를 올리고 Digital Ref Level을 내리는 쪽부터 손대 보세요.
▶ Goodhertz - Vulf Compressor — 굿헤르츠 공식 채널의 소개 영상
▶ VULF COMPRESSOR /// Demo 001 — 벌프펙 공식 채널에 올라온 데모
④ DAW 안에서는 어디에 걸까 🧭
SP-303에서는 비닐 심을 건 소리를 다른 패드에 다시 녹음해서 확정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DAW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대신 어디에 거느냐가 소리를 크게 바꿉니다.

🔹 샘플 루프 트랙에 인서트 — SP-303에 가장 가까운 쓰임새입니다. 샘플링한 루프 하나를 통째로 눌러서 질감을 입혀요
🔹 건반이나 신스 버스에 — 로즈, 워리처, 패드를 버스로 묶은 뒤 겁니다. 굿헤르츠 프리셋의 벌프몬(잭 스트래튼의 또 다른 활동명) 묶음에도 「Sad Wurli」라는 프리셋이 있어요
🔹 비트 버스나 마스터에 병렬로 — Master Mix를 낮춰서 원음과 섞습니다. 프리셋 「2-Bus Glue (Parallel)」이 이 용도입니다
굿헤르츠 제품 페이지에는 LA의 프로듀서 매슈데이비드(Matthewdavid)가 보통 마스터에 건다고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매슈데이비드는 리빙 레코즈(Leaving Records)를 함께 세웠고, 플라잉 로터스의 레이블 브레인피더에서 앨범을 두 장 냈어요.
▶ Matthewdavid - Uncleared — 리빙 레코즈 공식 채널에 올라온 앨범 전곡
같은 페이지에서 브레인피더 소속의 살라미 로즈 조 루이스(Salami Rose Joe Louis)는 다른 컴프에서 찾지 못한 따뜻함이 난다고 말합니다.
▶ Salami Rose Joe Louis - Octagonal Room — 브레인피더 공식 채널의 뮤직비디오
샘플 루프는 트랙에 바로 걸고, 건반과 신스는 버스로 묶어서 한 번만 거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트랙마다 하나씩 걸면 소리마다 따로 들썩여서 한 덩어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 Vulf Compressor - Bus Compression — 굿헤르츠 공식 채널의 버스 컴프 예시 영상
⑤ 상황별 출발점 🧪
정답 세팅은 없지만, 매뉴얼과 공식 프리셋에 나온 값을 기준으로 출발점을 잡아 두면 헤매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샘플 루프를 SP-303처럼 — 프리셋 목록의 「Tiago's Golden Age of Samplers」 묶음에 「OG 303 VS」가 있습니다. 이름으로 보면 303 비닐 심을 겨냥한 프리셋이에요. 여기서 시작해 Compression Amount와 Digital Ref Level로 눌리는 정도를 정합니다. 더 거칠게 가고 싶으면 Digital Ref Level을 -36dB 쪽으로 내려 보세요.
건반을 넓게 — 매뉴얼은 Wow/Flutter Phase를 180°로 두고 양을 10% 정도로 하면 은은하게 넓어진다고 설명합니다. 0°면 좌우가 같이 흔들리고, 180°면 반대로 흔들리기 때문이에요.
베이스가 있는 버스에서 — 베이스까지 같이 묶은 버스라면 Sidechain Tilt부터 봅니다. 매뉴얼 설명으로는 +100%면 베이스가 덜 눌려서 크게 남고, -100%면 베이스가 단단해지면서 펌핑이 더 뚜렷해져요.
다른 소리에 맞춰 숨 쉬게 — Sidechain External을 100%로 올리면 게인 리덕션이 외부 입력만 보고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건반 루프가 베이스 라인이나 보컬 샘플에 맞춰 들썩이게 만들 수 있어요. 다만 매뉴얼에 따르면 외부 사이드체인일 때는 메이크업 게인이 다르게 걸려서, 같은 신호라도 출력 음량이 달라집니다.
▶ Tutorial: Using Vulf Compressor's External Sidechain in Ableton Live — 외부 사이드체인 연결 방법을 보여 주는 굿헤르츠 공식 튜토리얼
처음에는 Master Mix 100%로 과하게 걸어서 이 컴프의 성격을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Mix를 내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살짝만 걸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⑥ 하드웨어 SP와는 역할이 다르다 🔁
Vulf Compressor가 있다고 SP-303이나 SP-404가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둘은 작업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BOSS SP-303 Dr. Sample. 노브 세 개가 VINYL SIM의 COMPRESSOR, NOISE LEVEL, WOW FLUTTER를 맡습니다 / 출처: LonerXL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SP-303 — 이펙트는 한 번에 하나. 두 개를 겹치고 싶으면 리샘플링으로 소리를 확정해야 합니다. 노브가 적어서 고민할 틈이 없고, 손으로 돌리면서 바로 결정하게 돼요
🔹 Vulf Compressor — 언제든 값을 다시 바꿀 수 있고, 오토메이션도 됩니다. Mix로 원음과 섞거나, 사이드체인으로 다른 소리에 반응하게 하는 건 SP-303의 비닐 심에는 없던 기능이에요
하드웨어 쪽에서도 이 소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SP-303의 뒤를 이은 SP-404 시리즈는 2005년 첫 모델과 2009년 SP-404SX를 거쳐, 지금은 2021년에 나온 SP-404MKII가 현행 모델이에요. SP-404MKII의 이펙트 목록에는 SP-303의 비닐 심을 모델링한 303 VinylSim이 들어 있고, 파라미터는 COMP, NOISE, WOW FLUT, LEVEL입니다.

롤랜드 SP-404SX. 패드 12개 구성은 첫 SP-404부터 이어졌습니다 / 출처: Elperfectoinsecto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Roland SP-404MKII Version 5 Update Overview — 롤랜드 공식 채널의 SP-404MKII 펌웨어 업데이트 소개
그래서 둘은 작업 성격에 따라 고르게 됩니다. 손으로 돌리면서 바로 결정하고 싶을 때는 샘플러가 맞고, 나중에 수정이 들어오거나 다른 트랙과 함께 믹스해야 해서 컴퓨터 안에서 끝내야 할 때는 Vulf Compressor가 맞아요. 리콜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⑦ 자주 하는 실수 ⚠️
🔹 Compression 0%를 「꺼짐」으로 착각한다 — 0%에서도 이 컴프의 소리는 조금 남습니다. 완전히 빼려면 Master Mix를 0%로 하거나 Master On/Off를 씁니다
🔹 DAW 바이패스로 비교한다 — 매뉴얼은 디지털 잡음 때문에 Master On/Off를 쓰라고 권합니다. 비교할 때는 Output Gain으로 음량을 맞춘 다음 켜고 꺼 보세요. 그래야 음량 차이에 속지 않습니다
🔹 입력 미터를 안 본다 — Input Gain 미터가 빨갛게 바뀌면 0dB를 넘었다는 뜻입니다. 거칠게 만들고 싶을 때는 레벨을 무작정 올리기보다 Digital Ref Level로 조절하는 편이 출력 음량을 다루기 쉬워요
🔹 트랙마다 다 건다 — 루프나 버스 단위로 거는 쪽이 이 컴프의 장점이 잘 살아납니다. 여러 개를 걸면 Lo-Fi 노이즈도 그만큼 겹쳐요
🔹 녹음 중에 HQ 모드를 켜 둔다 — HQ 모드는 처리 정밀도가 올라가는 대신 약 50ms의 레이턴시가 생기고 CPU 사용량이 2~4배 늘어납니다. 매뉴얼은 리드 보컬이나 마스터링처럼 중요한 소스에 권하고, 오토메이션은 권하지 않아요
🔹 스테레오 링크를 무심코 끈다 — 끄면 소리가 커질 수는 있지만, 한쪽으로 패닝된 큰 소리가 있으면 이미지가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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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오는 질문
Q. VCME와는 뭐가 다른가요?
A. VCME(Vulf Compressor Mastering Edition)는 마스터링과 버스용으로 따로 나온 플러그인입니다. 레이시오, 스레숄드, 메이크업 게인, 사이드체인 하이패스 같은 익숙한 컨트롤이 있고, 주파수 특성을 건드리지 않는 쪽을 목표로 했어요. 굿헤르츠도 둘을 전혀 다른 용도의 플러그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로파이 질감이 목적이라면 Vulf Compressor 쪽입니다.
Q. SP-404MKII가 있으면 따로 살 필요가 있을까요?
A. 소리만 놓고 보면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DAW 안에서 리콜과 오토메이션, 사이드체인까지 쓰고 싶다면 플러그인 쪽이 편해요. 30일 체험판이 있으니 작업 중인 루프에 직접 걸어 보고 정하는 걸 추천합니다.
Q. 모노 트랙에도 쓸 수 있나요?
A. 쓸 수 있습니다. 매뉴얼 사양에 모노 입력·모노 출력과 스테레오 입력·스테레오 출력이 모두 나와 있어요.
Q. 노브 값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나요?
A. 프리셋 저장·불러오기 외에, 설정을 URL로 공유하는 기능도 매뉴얼에 나와 있습니다.
마무리
Vulf Compressor는 깔끔하게 음량을 다듬는 컴프가 아닙니다. 루프를 찌그러뜨리고, 들썩이게 하고, 조금 낡은 소리로 만드는 이펙트에 가까워요.
SP-303을 꺼낼 수 없는 날에도 그 질감을 DAW 안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플러그인의 가장 큰 쓸모입니다. 체험판을 받았다면 샘플 루프 하나에 「OG 303 VS」 프리셋을 걸고, Digital Ref Level을 천천히 내려 보세요. 루프 속 소리들이 서로 밀어내기 시작하는 지점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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